▲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생명공학의 근본은 생명조작일지 모르겠다. 결국은 인간복제까지 갈 것이다. 나는 그것이 섬뜩했다. 황 박사의 연구는 단순히 난치병 환자들을 돕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 개인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세계적인 성과를 가진 생명공학자를 그렇게 밀어내는 일은 숙고해봐야 하는 일이었다.
황우석 박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죄수처럼 갇혀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자업자득이라고 침 뱉고 버릴 수도 있고, 그의 가능성을 아껴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황 박사의 연구팀은 적어도 핵이식을 하고 배반포를 만드는 세계적이며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지껏의 찬사가 모두 깊은 상처가 된 상황에서도 황 박사는 여전히 그의 기술을 대한민국을 위해 쓰고 싶어 한단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황 박사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온몸으로 응원하는 지지자들을 갖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박사 지지자들을 두고 무모한 애국주의에 빠진 무리들로 치부하지만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이 땅의 진정한 보수세력이 아닐까. 그동안 보수를 자처한 세력들을 ‘보수’가 아닌 ‘수구’로 평가했던 것은 멀리는 친일행위로 민족을 팔아먹은 세력이거나, 가깝게는 친미반공의 이름으로 민족분단을 공고히 하려 했던 세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왜곡된 역사가 보호해주는 기득권은 있었지만 보수해야 할 ‘민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황 박사를 정점으로 모인 세력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보호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모인 이들이었다.
요즘 그들은 매일같이 KBS정문 앞에 모여 윗선의 제지로 방영하지 못한 ‘추적60분-섀튼은 특허를 노렸나’의 방영을 촉구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미래 줄기세포 시장의 규모를 어떻게 분석하길래 투자를 가속화하는지를 취재하고 있고, 섀튼의 특허도용 의혹과 함께 황 박사팀 연구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을 만든 문형렬 PD는 모든 촬영원본을 반납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부당한 지시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PD에 따르면 회사 측은 검찰 수사 발표 뒤에 ‘황우석 사태가 남긴 것은’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수사 발표 내용과 논문조작을 함께 넣은 프로그램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그 사태를 프로그램을 물타기하겠다는 전략으로 판단했다. 황의 지지자도, 반대파도 아니라는 문 PD는 “‘추적60분’의 핵심은 황우석 사태에 대한 가치판단이 아니라 수백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협할 수 있는 섀튼의 특허 사냥 의혹”이라고 했다. 그 판단은 황우석 문제의 본질을 국가 경쟁력과 연결시키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KBS 경영진은 제작진의 제작권까지 침해하면서 그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까. 그것은 ‘논문 조작’만을 강조, 황 박사를 끌어내리는 데만 초점을 맞춰온 일부 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은 방송대로 하고, 평가는 시청자들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시청자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들이지 판단을 해주길 기다리는 바보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