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결함은 소득을 만들기보다는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춘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조세정책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하에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올렸다. 그리고 그 세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메울 예정이다. 그러자 거래는 없이 호가만 오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일정가격 이상의 부동산만 가지고 있으면 무조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세금폭탄이라고 야단들이다. 정책의 효과는 없이 사회갈등만 유발한 셈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재산을 늘려 잘 살겠다는 욕구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내 집을 마련하고 평수를 늘려가는 것은 국민들의 공통적인 꿈이기도 하다. 그런데 집값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인해 이 꿈을 잃어야 하는 상황에서 집 가진 것에 대해 형벌을 가하는 식으로 세금만 더 내라고 하자 납세자들의 분노가 선거에서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읽고 경제정책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정부는 과거의 정책을 지양하고 성장동력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이 생기고 소득이 생겨야 소비를 한다. 또 소득이 있어야 빚을 갚고 집 마련을 한다.
현재 4주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85만 명에 달한다. 이 중 30세 미만의 청년실업자가 45만 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한편 구직활동을 안 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고시공부나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취업 준비자는 50만 명이 넘는다. 취업준비가 직업처럼 된 사람들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직업 갖는 것을 포기하는 구직 단념자로 전락하는 운명을 맞는다. 이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본인들의 재앙임을 물론 경제와 사회발전의 숨을 막는 국가적인 불행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기업의 투자활성화다.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려면 기본적으로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 정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전한 기업 활동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실하다. 한마디로 기업과 시장을 살려야 비로소 경제가 회생하고 분배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5·31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정국은 더욱 큰 혼미상태로 빠지고 있다. 여당은 지도부의 사퇴와 함께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야당은 대권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정치판을 흔들 기세다. 반면 경제는 경상수지가 석 달째 적자를 기록하며 다시 추락의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런 혼탁한 정치논리에 휘말리면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 정부는 결코 정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올바르게 읽어 경제 살리기부터 해야 한다. 여기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