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 ||
포털 회사들은 자신들은 신문이 아니라고 저항한다. 자신들은 검색 서비스 업체라 강조하며 언론으로서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뉴스를 다룰 때 고려하는 윤리적 부담에서 자유롭고 싶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신문으로 규정되면 소유 자격부터 제한을 받는다. 한국인이 아니면 발행인이 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외국 자본의 유치도 제한된다. 언론 중재의 대상이 되고 광고의 양과 내용에 대해서도 압력을 받는다. 더 큰 고민은 다른 사업영역과의 중복 문제다. 현재 법률대로면 신문은 방송을 겸영할 수 없다. 금융업을 같은 회사 울타리에 두어도 곤란하다. 이해 상충의 문제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털 뉴스는 언론으로 기능하는가. 답부터 말하면 포털은 이제 강력한 언론기관이다. 이화여대 웹진 <듀(DEW)>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80% 이상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포털이 압도적인 정보전달 매체라는 뜻이다.
대부분 포털 뉴스는 주요신문의 기사를 모아서 제공한다. 그것만으로도 언론으로 취급되기에 충분하다. 포털은 그러나 신문과 통신이 제공하는 뉴스를 편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적지만 자체 취재 인력을 고용해 자신들에 맞는 뉴스를 제작한다. 최근에는 전문 기자와 계약해 그 사람 기사를 독점상품화하기도 한다. 포털이 위력을 보여준 최근 사례로는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다. 주요 포털사가 청와대와 협조해 주관한 그 행사는 거의 모든 신문, 방송사가 뉴스로 취급함으로써 포털의 의제설정 능력을 부각시켰다. 과거에는 미국 대사가 비슷한 행사를 가졌고,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한국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벤트에 참가한 사례가 있다. 지난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중계한 것도 포털이었음을 상기하면 포털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를 아직 가늠하기가 어렵다.
나는 규제론자는 아니다. 언론은 법률로 규제할수록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포털 뉴스에 전반적으로 넘쳐나는 무책임주의다. 이는 아마도 스스로를 언론사가 아니라고 고정시켜온 자의식의 결과일 수 있다. 마치 ‘뉴스의 편의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짐작해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상품을 진열대에 배열만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명예훼손에서 자유롭기는 불가능하다. 매일 수백만 방문자가 찾아와 뉴스를 접하는 현실에 걸맞은 책임의 자각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