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탄핵세력’ 운운하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열린우리당 쪽이었다. 조순형 후보도 “평가받는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거과정에서 느닷없이 열린우리당에서 탄핵세력이 성북 을에서 등장하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고 공격했기 때문에 이런 말(탄핵의 정당성 인정)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핵문제를 쟁점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열린우리당 쪽이라는 얘기다.
성북 을구 선거에 관한 한 열린우리당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성북 을구는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의 지역구가 아니었던가. 열린우리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그 지역구에서 겨우 3등을 한 여당 후보가 얻은 표는 달랑 9.9%. 2등으로 낙선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40%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표로 드러나는 민심의 향배가 뻔한 데도 여당은 그 민심을 제대로 모르는지 딴소리만 하고 있다. 탄핵세력 운운하는 것만 해도 그렇다. 지금도 탄핵이라는 마패가 통할 것으로 착각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2004년 총선과는 다르다. 그 때는 임기 1년도 안돼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고 거기서 불기 시작한 탄핵역풍이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다. 그동안의 실정(失政)에 탄핵역풍이 숨을 죽인 것이다.
문제는 집권여당이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한 원인을 열린우리당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 때문에 연전연패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집권여당 쪽에서 더 잘 안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본격적으로 제기하지 않는다. 역린(逆鱗)을 건드릴까봐 두려워서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임명 때도 그랬다. 당쪽의 반대의견을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당의장은 청와대에 가서 한마디 말도 못해보고 되돌아왔다. 반대한다던 여당 의원들도 막상 청문회가 열리자 교육 부총리 내정자에게 다투어 찬사를 바치기에 바빴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붙자’던 김근태 당의장의 그 서슬퍼렇던 기개는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당내 일각에서 노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분분한데도 당 지도부는 모르쇠 하며 “성북 을구의 선거결과는 한나라당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에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보다 못한 초·재선 의원 39명이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전례에 비추어 초 재선 의원들이 모처럼 보여준 ‘기개’도 지도부가 수습에 나서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수그러들 것이 분명하다. 집권여당이 살아나는 길은 아스팔트를 누비던 시절의 투지와 ‘계급장 떼고 붙자’던 그 기개를 되찾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