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경제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최근 우리경제는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여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초 다소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다시 주저 앉는 더블 딥 현상에 빠진 것이다. 한편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억 7000만 달러 적자다. 외환위기 이후 9년 만에 적자기록이다. 더구나 경상수지 적자가 유가상승, 환율하락 등으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흑자는 줄어드는 데 해외여행 경비지출, 송금, 배당금 지급 등 외화쓰기가 늘어 나타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외국자본유입으로 가까스로 회생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기업들의 소유지분을 대거 내줬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자본지분이 50%를 훨씬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쌓일 경우 외국자본의 대규모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면 금융시장의 불안이 야기되고 경제가 혼란상태에 빠질 수 있다.
최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인 사면 등 재계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대신 투자와 고용확대를 약속해달라는 뉴딜을 제안했다. 그러자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왔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로 연결된 재벌의 지배구조 왜곡과 이로 인한 폐해를 사후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순환출자 금지라는 또 다른 규제를 제시했다. 정부·여당이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흥정대상으로 하는 엉뚱한 정책을 내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나. 따분한 정책논쟁으로 경제는 속이 탈 뿐이다.
기본적으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에 특별한 문제는 없으며 경제성장률 5%는 무난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유례 없는 참패를 했다. 경제를 망친다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낙관론을 내세우며 무사안일로 간다면 이는 민의를 무시하는 직무유기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여당은 규제개혁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백지상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을 만드는 등 획기적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내놔야 한다. 또 외국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우리 경제를 글로벌 경제로 만드는 데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첨단 미래산업의 발전은 물론 교육,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을 대대적으로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성장동력 회복, 국제수지 구조개선, 일자리창출 극대화 등 일거삼득의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