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20여 년 전 8월에는 스코트 니어링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100세를 전후하여, 많이 살았다고, 이제는 가야할 때라고, 곡기를 끊은 지 3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10여 년 전 9월에는 한평생 스코트의 동반자였던 헬렌이 세상을 떠났다. 자연 속에서 육체노동을 신성시하고, 실제로 유기농법의 농사를 지은 농부로 50여 년을 살아온 그들의 삶은 온몸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우리의 작은 자아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 삶이 우주 전체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을 꾸려가야 하는 것이다.”
원래 스코트는 부자의 천국은 가난한 자의 지옥을 딛고 있는 거라는 믿음에서 가난한 자에게 더욱 가혹한 자본주의에 딴지를 걸고 전쟁을 반대해온 비판적인 교수였다. 그는 그의 신념을 지키느라 반전운동을 하고, 그 결과 대학에서도 쫓겨났다.
헬렌이 스코트를 만난 것은 스코트가 대학에서 쫓겨나고 가정에서 버림받은 그 때였다. 그 때를 회상하며 헬렌이 말한다. “내가 스코트를 만났을 때 그이는 삶의 맨 밑바닥에 있었다.” 스코트가 헬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스코트는 땅에 발을 딛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반면 헬렌이 스코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헬렌의 하늘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스코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중상층의 가정에서 별 어려움이 없이 성장한 헬렌이 가난한 자에게 연민을 가지고, 자연을 느끼며, 영성을 구현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생에서 누군가 중요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중요한 운명의 변수인지. 스코트가 어느 날 헬렌에게 보낸 서비스(R. Service)의 시가 이들의 만남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백합꽃이 빛나는 한 정원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햇빛을 쬐며 생각에 잠겨있는 한 사람을. 그 여인의 눈은 꿈을 머금은 천국의 빛입니다.
나는 쓸쓸한 한 다락방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치지 않는 펜으로 수고에 수고를 거듭하는 한 사람을. 그이는 창백한 침묵에 잠겨 별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바다처럼 넓은 적막이 있어도 그이는 정원에서 그 여인의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인은 그이와 함께 다락방에 있습니다.”
집은 간소하게, 식사는 소박하게, 옷차림은 검소하게 하고 무엇이든 번잡스러움을 피했던 그들의 이쁜 공동체가 말해준다. 날마다 발밑에 땅을 느끼며,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평화로운 마음에서 사랑하며 사는 삶이 최상의 삶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