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늘고 생활이 불안해지자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 저임금 계약직에 종사하거나 영세자영업을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파산상태에 처한 여성들이 대거 증가했다.
여성파산증가는 외환위기가 결코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여성파산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카드를 많이 쓴 경우, 남편의 사업실패로 빚보증의 압박을 받는 경우,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는 경우 등에 신청한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취업자는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고용계약 1년 미만의 비정규직과 임금을 받지 않고 가족사업을 하는 무급종사자가 절반이 넘는다. 여성근로자 중 절반이 부도나 파산의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뜻이다. 최근 가계부채 총 규모가 545조 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한국은행 콜금리를 4.5%로 올려 시중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빚은 늘고 금리는 비싸져 여성파산이 더욱 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닿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파산위험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구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채무자가 부채상환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 파산신청을 하고 면책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한편, 조금이라도 부채상환능력이 있을 경우 법원이 시행하는 개인회생제도나 신용회복위원회가 시행하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별로 자체기준에 의해 이자와 원금을 일부 탕감하고 상환을 연기해주는 신용회복지원제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은 수수료가 비싸고 절차가 복잡하거나 금융기관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이용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구제절차를 단순화하고 무료로 법적구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금융기관들이 고객들의 신용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여기서 채무자들도 합법적으로 구제를 받고 당당하게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편 여성들의 파산을 막고 가정경제를 지키는 근본적인 길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최근 우리경제는 불황이 심화되면서 개인파산이 구조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나쁘니까 실업이 늘고, 실업이 느니까 부채가 늘고, 부채가 느니까 파산이 느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시바삐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여기에 여성파산자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지원특별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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