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바보>의 바보 승룡이. 소복을 입은 젊은 엄마가 황망하게 겨울하늘을 올려다보자 묻는다. 엄마, 왜 고개 들었어? 응, 별 보려고. 그런데 잔뜩 흐린 하늘에 무슨 별일까.
“날이 흐리긴 한데 잘 보면 보여. 엄만 지금 아빠 찾는 거야. 사람은 죽는 게 아니라 별이 되는 거거든.”
그때 이층집에서 흘러나오는 명랑한 피아노 소리,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엄마는 그 반주에 맞춰 나직하게 노래한다. 엄마가 무심하고도 돌발적인 피아노 반주로 위로를 얻는 순간, 하늘에서 진짜로 별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얗고 뽀얗고 풍부한 눈! 그건 하나하나 별이었다. 승룡이는 궁금하다. 피아노를 쳐서 별을 내리게 한 사람은 누굴까? 그때 이층 문이 열리고 그 애가 베란다에 나와 섰다. 눈이다, 하고. 승룡이는 하늘에서 별이 내리던 날, 별 속에서 매혹적으로 빛났던 그 애를 잊지 못한다. 별을 품게 된 것이다.
생은 어느 한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루하고 고통스럽고 무지막지하기까지 한 생을 견디고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는 그 순간을 위해. 그 순간이야말로 별이다. 생 전체가 그 순간을 품고 기억하니까.
그 순간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예술가들이 인상파다. 모네의 ‘수련’을 기억하나. 연못 위로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그 햇살의 사랑으로 깨끗하게 피어오른 수련을. 수련은 일년 중에 태양이 가장 뜨거운 날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태양의 매혹으로 단 3일간만 얼굴을 내밀고 미련 없이 물속으로 들어가 영원에 가까운 잠에 빠진단다. 그래서 수련(垂蓮)이다. 수련의 수(垂)는 물 수가 아니라 잠잘 수인 것이다. 그러나 그 깊고도 영원한 잠 속에도 축복처럼 쏟아지는 태양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어, 태양이 더없이 뜨거운 그때에는 황홀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생을 온통 지배하는 한 순간이 당신에게는 어떤 순간이었나, 그리고 내게는?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그 노래가 아름다운 건 내 마음이 꽃 한 송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린왕자의 말이 기억난다. “어떤 별에 있는 꽃 한 송이를 사랑해 봐요! 그러면 밤하늘만 바라보아도 포근해지지요. 어느 별이건 다 꽃이 피어있어요.” 사랑은 그 그리움의 힘으로 세상 전체와 공명하게 하는 기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