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교수 이필상 | ||
정부가 이와 같이 신도시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는 세금폭탄으로 일컬어지는 강력한 투기이익환수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이 다시 오르고 투기가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못하니까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일단 공급을 늘려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의 전환은 바람직하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세금만 올리면 거꾸로 세금이 집값에 추가되어 집값이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도시건설을 준비없이 중구난방식으로 발표하는 것은 예정지로 추정되는 지역마다 땅값을 올리고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번 신도시 건설 발표로 투기심리가 다시 살아나 벌써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상승이 4년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과거 신도시건설은 몇 달에 걸친 비밀작업을 통해서 충분한 현장조사를 하고 치밀한 개발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완벽한 투기방지책을 마련한 후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렇게 신중해야 하는 신도시건설을 집값이 오르면 무제한 신도시를 짓겠다는 식으로 발표하여 결과적으로 무제한 땅값을 올리고 투기만 과열시키는 현상을 초래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정책에 있어 신뢰는 생명이다. 정부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경우 정책의 기대효과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나타난다. 따라서 정부는 신도시건설을 추진하려면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번 신도시 건설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얼마나 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투기 세력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런 견지에서 공공택지는 분양가를 낮추고 민간택지는 분양원가공개를 하며 후분양제는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또한 투기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공영개발방식을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이번 신도시 개발로 과연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가 발표하는 신도시개발이 부동산투기의 진원지인 강남의 아파트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건축 등 관련규제를 풀어 서울도심지역에 아파트 건설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구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몇 배씩 늘려서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며 호가만 오르게 하는 조세 정책은 시정이 시급하다.
한편, 이번 발표된 신도시 건설은 5~6년 후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은평뉴타운, 파주, 광교, 김포 등 10만여 가구의 2기 신도시 건설을 최대한 앞당겨 내년 상반기부터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기회에 정부는 과거 부동산정책의 잘못을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원점에서 시장논리에 맞는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여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