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복거일 | ||
안타까운 것은 이 문제가 평지풍파라는 점이다. 수도권의 집값이 단 두세 해 동안에 몇 곱절 뛰도록 만든 경제적 사회적 요인은 없었다.
‘부동산 재앙’으로 향한 현 정권의 첫걸음은 ‘균형개발’ 정책이었다. 개발의 정도와 속도를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한다는 정책은 논거가 아주 약하다. 특히 큰 문제가 된 것은 행정수도의 이전이었다. 원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즉흥적 공약으로 나왔고 시민들의 다수가 반대한 그 일을 현 정권은 정치적 목적에서 집요하게 추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나 그 일의 경제적 결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게 큰일엔 큰돈이 든다. 정부는 그런 돈을 이내 마련할 수 없으므로 빚을 지게 되고, 그런 빚은 통화량을 늘린다.
균형개발 정책으로 풀린 돈은 그 정책과 어긋나게 움직였다. 느닷없이 큰 보상금을 받은 시골의 지주들은 그 돈을 투자할 길이 마땅치 않았다. 대기업들조차 설비에 투자하지 않는 판에 그들이 생산적 투자 기회를 찾을 수는 없었다.
원래 부동산으로 큰돈을 얻은 터라 그들은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했다. 물론 전망이 좋은 부동산은 서울 근처의 땅과 집들이었다. 시골에서 살아온 터라 그들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는 까닭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현 정권은 서울로 거처를 옮기는 것을 꿈꾸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돈을 주어 이주하도록 만든 셈이다. ‘강남’의 집값이 뛴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정부의 반응은 무거운 세금이었다. 수요가 늘어나면 재화의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집값이 오른 것에 대해 정부가 굳이 반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현 정권으로서는 ‘강남 사람들’이 큰돈을 버는 것을 그냥 바라볼 수 없었던 듯하다.
문제는 세금이 재화의 값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을 통제하기 위해 ‘세금폭탄’이라 불릴 만큼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일은 자유주의 원리와 우리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지만, 효과의 차원에서도 세금은 적절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재화의 값을 올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이 누구에게 귀착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주택시장은 탄력적이지 못하므로 세금은 대체로 파는 사람들이나 세를 놓는 사람들보다는 사는 사람들이나 세를 얻는 사람들이 많이 부담하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에 대한 무거운 세금은 현 정권이 그리도 미워한 ‘강남 사람들’이 아니라 경제적 약자들인 실수요자들이 대부분 떠안았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합리적 대책은 수도권에 집을 더 많이 짓는 것이었다. 세금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하자 현 정권도 뒤늦게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골랐다.
그러나 공급 확대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통화량이 늘어나는 한, 특히 균형개발 정책에 따른 개발 사업들로 보상비가 많이 풀리는 한,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에 관한 정책에선 이 점에 대한 고려가 긴요하다.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집요하게 추진해온 행정수도 이전에서 현 정권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른 ‘강남’의 집값이라는 형태로 보복을 받았다. 현 정권의 비판자들은 그 사실에서 ‘시적(詩的) 정의’를 느낄 터이다. 그러나 시적 정의를 맛보기엔 집값의 폭등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너무 큰 재앙이다. 우리는 ‘부동산 재앙’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타났으며 앞으로 어떤 영향들을 미칠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