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 교수 권영준 | ||
최근 이 동네에서는 계 조직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계주 삼돌이는 자신이 주식을 100%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행 규약상 자신이 모든 권한을 갖게 되어 있는데, 계원들에게 주식을 일부라도 나누어주는 것은 자신의 사유재산을 빼앗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이 고을 후임 원님은 상장자문위라는 어용조직을 앞세워서 현행 규약이 계주의 권한만 인정하지 계원들의 권한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계주 삼돌이의 주장에 동조하려고 한다. 이 원님의 판단을 어떻게 생각해야 옳은가.
위의 예화와 동일하게 지난 18년간을 풀지 못했던 생보사 상장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을 맞추어서 계약자(계원)들의 권익보호는 완전히 팽개친 채 대주주(계주)의 이익보호만을 위해 상장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심히 부당하다.
첫째, 이미 과거 정부가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경영(계조직)을 인정하고 재평가 처리지침을 만들었는데, 이번 상장자문위는 그것마저 부인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1975년 삼성생명은 납입자본금 2억 원, 이익잉여금 (-)4.1억 원, 자본합계 (-)2.1억 원의 회사였지만, 정부는 증자명령을 내리지 않고 계약자 돈으로 연명하게 했다. 그러다가 1983년에 주주의 증자가 아닌 자산재평가(재평가 이익 132억 원)를 통해 자본금을 1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20억 원 증액시켰지만, 나머지 112억 원도 계약자에게는 한푼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 중 51억 원은 결손보전에 썼고 나머지 61억 원은 내부유보액으로 아직도 자본잉여금 항목에 남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했던 재무부는 90년 상장을 전제로 실시했던 삼성과 교보의 자산재평가이익의 대부분(70%)을 계약자에게 배분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는 당시 정부가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순수한 주식회사라면 재평가이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상장자문위는 자산재평가에 따라 자본잉여금 항목에 있는 계약자 몫의 내부유보액은 ‘자본적 성격’을 인정할 수 없는 순수한 부채라는 견강부회적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회계원리 정도만 아는 학생들조차도 납득시킬 수 없는 궤변이다. 자본잉여금 항목에 들어있는 계약자들의 돈이 어떤 회계이론으로 하루아침에 부채로 둔갑한다는 말인가. 수백만 명의 계약자들이 직접 나서기 전에, 상장자문위는 자기보고서를 갖고 노벨상 운운하는 작태를 버리고, 황우석 사건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한 검증을 받아서 계약자 권리가 제대로 반영된 상장방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필자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졸/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경영학박사/미국 앨라배마 주립대 교수 역임/한림대 교수 역임
▲현재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교수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 상임집행위원장, 경제정의연구소장 역임
▲현재 재경부 규제개혁추진위원, 세제발전심의위원, 공정거래위 경쟁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