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복거일 | ||
경제 성장의 처방은 재산권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재산권이 확립된 나라들은 모두 경제가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다른 조건들이 좋아도 경제가 침체한다. 이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낸 사례는 물론 공산주의 사회들의 몰락과 자본주의 사회들의 번창이다. 우리도 그 점을 아프게 경험했으니 ‘잃어버린 9년’이라 불리는 근년의 경제적 침체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추구하면서 재산권을 깊이 훼손한 정권들이 부른 재앙이다.
재산권은 아주 너른 개념이어서 물질에 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인권이라는 개념까지도 포함한다. 그래서 그것의 훼손은 여러 형태들로 나온다. 자기 재산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제들이나 재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들은 모두 재산권의 실질적 훼손이다.
먼저 근년에 정부의 몫은 점점 커졌고, 시장은 위축되었다. 자연히 세금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반자유주의적 명분 아래 ‘준조세’라 불리는 근거 없는 사적 세금까지 늘어났다.
다음엔 경제 활동에 대한 규제가 그대로 남거나 오히려 더욱 심해져서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특히 교육에 대한 위헌적 정부 통제가 큰 사회적 낭비를 불렀다. 노동조합에 부여한 독점적 지위는 기업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크게 침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도 늘어났다.
이처럼 이미 많이 훼손된 재산권을 다시 세우는 길은 이내 눈에 들어온다. 문제는 재산권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지다.
먼저 법의 지배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일시적 다수가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입법을 삼가는 일이다. 이미 만들어진 법률들 가운데 헌법의 정신에 어긋나거나 시민들의 재산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들은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정부의 몸집을 줄이고 시장의 몫을 늘려야 한다. 당연히 세금을 줄여야 한다. 재산권에 대한 가장 심중한 침해는 늘 과도한 세금이다.
셋째, 경제 활동에 대한 규제들을 거의 다 없애야 한다. 규제들을 통한 재산권의 침해는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이 점은 강조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독점적 지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도 시급하다.
넷째 무역 장벽을 없애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한껏 보장해야 한다.
다섯째 교육을 소비자들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스스로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의 재산권이 유난히 크게 훼손되고 그 결과가 특히 해로운 분야는 정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교육이다.
이렇게 시민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면 경제는 활력을 되찾고 정치도 안정된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재산권을 다시 세우는 일은 무척 힘들다. 한번 선동적 정치 지도자가 나와서 부유한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몰고 민중주의적 정책들을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전략을 쓰면 다음 지도자들이 합리적 정책을 펴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렇게 민중주의로 덮인 사회에서 재산권을 다시 확립할 수 있는 정치 지도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