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줄면서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주식시황판 모습. 최준필 기자
지난 4~5월 두 달간 IPO 시장이 침체기를 보였다. 이 기간 증시(코넥스 제외)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6곳에 그친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코스닥시장에서 단 2건의 IPO만 이뤄졌는데 그나마 그중 1건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상장한다 해도 자금 유치액이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5월에도 코스닥 시장에만 총 4곳이 신규 상장했으며 이중 2곳은 스팩이다. 그러다보니 공모 규모는 채 600억 원에도 이르지 못했다. 6월 IPO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6월 수요예측이 5건 예정돼 있는데 시장의 반등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애경산업을 포함해 모두 14곳이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카페24는 테슬라 요건 상장을 추진하며 시장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공모 금액은 4778억 원으로 1분기 기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최근 IPO시장의 모습은 지난해 활기 넘쳤던 공모시장과도 상반된다. 지난해 4~6월엔 ING생명보험, 넷마블 게임즈 등 대형 IPO가 이뤄지면서 공모금액이 4조 4900억 원의 달했다. 신규 상장한 기업도 18곳이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지난 4월 ‘IPO 대어’로 꼽히던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가 시장 분위기를 좌우했다고 본다. 당초 SK루브리컨츠는 희망 공모가로 10만 1000~12만 2000원을 제시하면서 공모총액은 1조 2894억~1조 5574억 원에 달했다. 이는 이전까지 상장한 14곳 기업들의 공모총액인 5674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SK루브리컨츠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예상보다 낮은 공모가를 받자 상장을 아예 철회, IPO 시장이 급랭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IPO를 준비했던 여타 기업들이 조 단위 공모와 타이밍이 겹쳐 자금 흥행에 실패할 것을 우려해 상장 시기를 대거 뒤로 미루면서 그 타격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회계감리 강화로 IPO 시장이 위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남북경협주에만 쏠려 있어 다른 기업들의 상장은 이슈가 되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바꿔 말하면 남북경협과 관련 있는 기업의 상장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현대사료는 9년 만에 최고 청약경쟁률인 1690 대 1을 기록하며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인 1만 3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로 마감하면서 여타 공모주보다 우세를 보였다.
개별 이슈와 별개로 IPO의 일반적인 등락 주기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연말을 포함한 하반기에 IPO가 몰리는데 저평가된 일부 기업들은 상장 일정을 다음해로 미뤄 1분기에도 IPO가 활기를 띤다”며 “상반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2·3월에 연말 실적 집계를 마친 후 상장을 진행하다보니 2분기는 청구·심사기간인 경우가 많아 IPO가 줄어든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가 적다보니 일부 공모주에 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4월부터 시행된 양도소득세 중과와 6월 말 보유세 개편 예고 등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 4, 5월 공모주들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4월 상장한 JTC의 청약경쟁률은 465 대 1을 기록했으며 5월 상장한 제노레이와 세종메디칼은 각각 1029 대 1, 923 대 1을 기록했다. 이들 3개 기업의 청약증거금만 8조 원을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 쏠림 현상 탓에 공모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게 산정되는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도한 청약경쟁률로 주가가 적정가치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가가 과평가됐는지 여부는 락업(보호예수) 물량이 다 풀리고 상장 전후 실적과 주가 변화 등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며 “최소 6개월~1년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코스닥벤처펀드 인기에 뒤틀린 자본시장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 두 달 만에 2조 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활성화되자 코스닥 상장사들의 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과열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 지원과 코스닥시장 활성화 등을 목표로 출범한 코스닥벤처펀드가 두 달 만에 2조 7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으며 흥행하고 있다.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 우선 배정, 투자금 최대 3000만 원에 대한 10% 소득공제 혜택이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발행하는 메자닌(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지정 해제된 지 7년 이내의 코스닥상장 기업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펀드 자금이 불어나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의 메자닌 발행이 과열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1일~5월 23일 코스피·코스닥시장의 CB 총 발행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80.9% 증가한 3조 4951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만 보면 132.8% 증가했다. BW 총 발행 규모는 3820억 원으로 전년보다 55.9% 감소했지만 코스닥시장에선 오히려 29.3% 증가했다. 이렇게 발행된 전환사채가 향후 대거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시중에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주가는 하락하고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메자닌 발행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제로 금리의 사채를 발행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한 ‘묻지마 투자’도 성행한다. 최근 공모주들의 공모가액과 청약경쟁률이 높아진 이유가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받기 위해 경쟁을 벌여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 자산의 15%를 메자닌 등 벤처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에 투자하란 규정이 말이 안 된다”며 “우리가 추정키로 전체 시장 규모에서 신주 비중 자체는 2~3%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