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리그에 한국 기사는 총 11명이 용병으로 출전하고 있다. 랭킹1위 박정환 9단(쑤보얼항저우)을 비롯해서 이세돌(취저우), 최철한(청두), 신진서(용원 항저우), 이동훈(샤먼), 김지석(베이징 민생), 변상일(장시), 이영구(상하이), 나현(산둥), 신민준(저장), 김명훈(베이징 중신) 등 11명이 중국 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2017시즌의 10명을 넘어선 대규모 인원이다.
세계바둑대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갑조리그에 한국 기사는 올해 11명이 용병으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출범한 중국리그는 올해가 스무 번째 시즌이다. 중국리그는 14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전·후반기 2회 총 26라운드 정규리그 경기를 벌여 최종 순위를 매긴다. 하위 2팀은 을조리그로 강등되며, 을조리그 상위 2팀이 갑조리그에 합류하는 방식이다.
매 라운드는 4-4 단체전으로 치러지는데 이긴 팀은 3점, 패한 팀은 점수가 없다. 무승부 시엔 주장전을 이긴 팀에 2점이 주어지고 진 팀이 1점을 가져간다.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장전에 팀의 에이스가 출전하게 된다. 깜깜이 방식의 완전 오더제를 채택해 에이스끼리의 대결이 보기 힘든 한국바둑리그와 다른 점이다.
한국바둑리그와 다른 점은 포스트시즌이 없다는 것 외에도 매 라운드 일곱 경기를 동시에 치른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중 제일 눈여겨볼 것은 용병제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량은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으므로 한국 기사들의 인기는 당연히 높은 편이다. 매년 한국 출신 용병 기사들의 중국리그 참가가 느는 이유다.
동률일 경우 주장전 승리에 점수가 더 주어지는 중국리그에서 에이스들의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박정환과 커제의 5라운드 대결. 커제가 승리했다.
당연히 성적이 좋은 상위권 기사들이 대륙으로 건너간다. 일류급 기사들은 중국리그에서만 매 시즌 1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판당 승자 수단이 350만 원, 패자 60만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또 국내 기전이 줄어들어 대국수가 부족한 상태여서 강한 상대들과의 대국을 통해 실전감각을 유지할 수 있어 중국리그는 큰 도움이 된다.
시즌이 끝나면 다시 헤쳐모여를 거듭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리그는 철저한 구단제를 통해 유지된다. 따라서 용병들의 계약조건은 모두 제각각이다. 중국리그의 첫 진출자는 이세돌 9단이었다. 2000년 초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이 9단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아 한국 기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 계약 조건이 파격적이어서 한동안 화제가 됐었다.
당시 이세돌은 ‘올오어낫씽’ 그러니까 전부 아니면 제로 방식의 대국료를 구단 측에 제안했었다. 이기면 10만 위안, 지면 한 푼의 대국료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일명 ‘10만빵“이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당시 환율이 높을 때는 100위안에 1만 9000원이었으니까 이기면 1900만 원, 지면 단돈 1원도 받지 않는 조건이었다. 1900만 원이면 요즘 웬만한 기전의 우승상금이다. 구단이 이를 수용했는데 그해 이세돌은 11전 전승을 거둬 중국리그에서만 2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이세돌 9단 이후 한국 기사들은 대부분 이세돌식 대국료 방식을 따르고 있고 현재는 대국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작년 8만 위안의 승리 수당을 받았던 박정환 9단이 올해는 판당 10만 위안(약 1670만 원)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한국 기사들은 박정환의 대국료를 근거로 삼아 대국료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대국료는 용병인 한국 기사들에게만 적용되는 파격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커제를 비롯한 중국의 초일류 기사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런 이유에선지 올해는 용병의 경우 출전 제한을 둬 26라운드 중 절반인 13라운드만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기사들이 최근 중국에 밀리고 있음에도 인기가 많은 것은 박정환 9단의 영향이 컸다. 박정환은 2014년 다롄 팀 소속으로 참가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2015년과 2016년에는 항저우로 팀을 옮겨 2연패 달성에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니까 혼자 중국리그 3연패를 이끈 셈. 지난해는 신민준이 속해 있는 중신 베이징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7년 한국 용병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아 10명이 합산전적 71승 50패, 승률 58%를 기록했다.
올해는 8라운드 현재 미위팅, 황윈쑹, 퉁멍청 등이 팀을 이룬 장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동훈이 속한 샤먼이 2위, 박정환의 쑤보얼 항저우가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밖에 항저우 용원의 신진서는 5위, 김지석이 속한 베이징 민생은 6위에 랭크돼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일 열린 8라운드에는 한국기사 3명이 출전했는데 박정환 9단, 신진서 9단, 변상일 9단이 각각 양딩신, 판윈러, 저우허시에게 승리를 거뒀다.
한편 같은 날 후난성 핑장에서 일제히 열린 여자갑조리그 7라운드에서는 오유진 6단이 중국 여자랭킹 1위 위즈잉 6단에게 309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백4집반승을 거뒀으며, 대만 용병 헤이자자 7단은 탕이 3단을 상대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여자갑조리그에는 오유진, 김채영, 이슬아, 박태희가 참가하고 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