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 소설가 | ||
영어 배우기의 전략은 사람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은 사람이 태어날 때 이미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각인이다. 언어는 각인(imprinting) 과정을 통해 습득된다. 개인이 생전에 습득한 언어 지식은 유전되지 않는다. 언어를 쓰는 육체적 능력만이 유전적으로 전달된다. 그런 괴리를 이어주는 과정이 바로 각인이다. 타고난 언어 능력에 특정 언어 체계가 새겨지는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일과 비슷하다.
셋째, 언어 습득엔 각인이 제대로 되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다. 그 시기를 넘어서면 언어의 각인이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언어를 열심히 배워도 언어를 유창하게 쓸 수 없다.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배우지만 외국어는 배우기가 그리도 힘든 까닭이 바로 거기 있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는 대략 11세다.
넷째,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태어난 지 나흘이 되면 언어들을 구별한다. 한 달이 되면 언어를 구성하는 음소들(phonemes)을 구별하며, 두 달이 되면 벌써 모국어에 특별한 애착을 보인다. 17개월이 되면 문장의 구조와 의미 사이의 관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언어 능력은 대체로 다섯 살까지 완성된다.
다섯째, 쓰이지 않는 언어 능력들은 이내 사라진다. 모국어에서 구별하지 않는 음소들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은 돌이 지나면 거의 다 사라진다. 일본 유아들은 선천적으로는 ‘l’과 ‘r’을 구별할 수 있지만 돌이 지나면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그 두 음을 거의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들이 지닌 언어 능력을 보존하는 데 부모들은 각별히 마음을 써야 한다. 우리말에서 쓰이지 않기 때문에 잃어버리게 되는 음소들의 구별 능력을, 즉 ‘1-r’, ‘b-v’, ‘p-f’와 같은 음소들의 대조 능력을 보존하는 것은 이내 떠오르는 과제다. 한번 잃어버리면 언어 능력을 되찾기는 무척 어렵다.
유아들의 경우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는 것이 긴요하다. 이 시기에 영어를 습득하면 영어를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할 수 있다. 사람은 두 언어를 잘 쓰는 (bilingual) 능력을 대부분 지녔고 그런 능력은 전반적 지적 능력을 높인다.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사회에서 철이 든 사람이 영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배우려고 하면 때가 늦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부모들의 선택이다. 부모의 선택이 자식들의 영어 습득의 효율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강조되어야 한다.
이제 영어는 또 하나의 언어가 아니다. 영어는 세계의 표준 언어다. 표준 언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서는 어떤 개인도 어떤 사회도 세계화에 적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