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이광훈 | ||
대선전 패배연설에서 밝힌 먼데일의 이 같은 발언에서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 교훈은 세상살이의 깊은 이치에 눈뜨는 것은 언제나 일을 그르치고 난 뒤라는 점이다. 먼데일이 승리의 씨앗 속에 실패의 씨앗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왜 진작 그 실패의 씨앗을 승리의 씨앗으로 바꾸지 못했느냐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동안 너무 잘 나간다 했던 한나라당이 4·25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온통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서로가 ‘네 탓이요’하며 삿대질하기에 바쁘다.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 온 대선주자의 책임이 더 크다”, “아니다. 공천을 잘못한 당 지도부 책임이 더 크다”, “소장파가 당을 망쳐 놓았다” 등등.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보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 들이겠다느니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고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 출발하겠다는 등등의 다짐이 어쩐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두 대선주자는 이해득실 따지기에 급급하다. 상대방을 겨냥한 양대 캠프 간의 말 싸움도 여전하다. “당 지도부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50%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람도 책임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천실패였다. 대전 서을은 박 전 대표 측이 민 사람 때문에 졌다”. 이명박 캠프는 당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고 박근혜 캠프는 당 지도부의 사퇴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당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 싼 공방전을 보면서 국민들은 패배의 책임소재조차도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얼마전 이 자리에서 이·박 두 예비주자의 힘 겨루기를 놓고 도요새와 조개가 서로 물고 버티다가 공멸하고 말았다는 어부지리(漁父之利)의 고사를 인용한 적이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어부지리의 고사에서 우려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도 얘기했듯이 합계 지지률 70%를 넘었다는 두 예비주자가 합동유세 한번 하지 않았던 철저한 계파 이기주의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지금 뻘밭(泥田)에 빠져들고 있다. 1997년과 2002년에 빠져 들었던 이른바 ‘대세론’의 전철(前轍)에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흥행’이니 선의의 경쟁이니 하던 두 예비주자의 싸움 때문에 과거에 빠졌던 그 수레바퀴 자국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딱한 것은 이 사실을 당내 어느 누구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예비주자 지지률이 70%를 넘는데 누가 감히…” 이런 계산인지도 모른다.
요즘 한나라당 사정을 보면서 배 밑바닥에는 이미 물이 차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갑판 위에서는 전망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고 의자 싸움을 벌이는 타이타닉호의 운명을 떠 올린다면 과연 지나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