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해 온 한 성 노동자의 계정. 자신들끼리 ‘성 노동자’를 의미하는 장미 이모티콘을 달고 있다. 사진=트위터
그가 지목한 트위터 성 노동자들은 트위터 상에서 직접 얼굴을 공개하고 성매매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 성매매 업소에 소개시켜 주겠다며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한 유명 성 노동자도 포함됐다.
트위터리안 B 씨는 “A 씨가 성매매 업소로 향할 때 그걸 방관함을 넘어서 부추기기까지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A 씨에게 지속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성 노동이 얼마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지, 그리고 당당한지를 주입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살지 못하는 어린 여성이 그 세뇌에 빠져들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해 달라”며 “2년간 시골 성매매 업소에서 남자 포주에게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수면제까지 억지로 먹여지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에, 그를 이 수렁으로 빠지게 한 자들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공개된 사건의 개요에 따르면 A 씨는 2016년부터 유명 트위터 성 노동자의 소개로 전북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일했다. 이 과정에서 포주나 손님에게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심각한 폭행을 당하기도 했으며 평소 복용하던 정신과 약도 강제 중단당했다. 숨지기 며칠 전까지는 지인이 건넨 수면제(졸피뎀)를 복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졸피뎀의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은 강한 자살 충동이다.
SNS에서는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청소년 성매수 근절’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 성 노동자’들이 소외계층 미성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트위터
성 노동자들이 ‘성 노동에 대한 혐오’라고 지적하는 문구들을 이용해 노래방 뮤직비디오처럼 제작한 작품이었다. 성매매로 인해 죽음을 맞은 어린 여성이 졸지에 ‘성 노동에 대한 대중들의 혐오’를 비판하는 상징물이 된 셈이다.
어린 여성을 대상으로 한 SNS상 ‘성 노동자’들의 포주 행위는 이미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시 됐던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이들은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을 의미하는 ‘장미꽃’ 이모티콘을 자신의 닉네임 앞에 달아 다른 이용자들과 구분 짓기 시작했다.
‘장미회’로 불린 이들 성 노동자들은 주로 갈 곳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했다. “페미니스트 포주와 성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며 주체적인 성 노동의 즐거움을 설파하는 식이다.
주체적이라는 이유로는 ①남성 손님을 선택할 수 있고 ②하기 싫은 서비스를 강요하면 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③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당장 잘 곳이 필요한 가출 청소년들은 별 다른 기술이나 학력이 없더라도 쉽게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불법 행위에 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시시각각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위터 등 SNS 상에서 몇 천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하우’를 어린 여성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예컨대 어느 업소는 어떤 경찰서와 연계돼 매월 상납을 하기 때문에 단속에서 자유롭다든지, 그럼에도 단속에 걸린다면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등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인 ‘페미위키’에는 아예 단속에 걸렸을 때 피하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놨다. 혐의를 벗기 위해서 “증거물이 없다면 무조건 오늘 처음 와서 면접만 봤을 뿐 일은 하지 않았다고 우겨라”라는 조언까지 기술돼 있다. 그 외 성 노동자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도 이런 내용들은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 단체에서 활동 중인 활동가 K 씨는 “국내의 자칭 성 노동자들이 해악인 것은 그들이 실제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고 성 노동만이 진정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페미니즘 운동인 것처럼 주장하는 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일부 유명 성 노동 지지자들은 “걸그룹, 스튜어디스, 각종 서비스 업종의 여성들도 성적으로 고착화된 이미지를 파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데 왜 성매매만 노동임을 부정하는가”라는 주장을 해온 바 있다.
K 씨는 “그들의 주장과 행동으로 실제 고통 받는 성매매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들은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진정한 여성의 운동’이라는 포장으로 피해자들을 지워 버린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결국 사망에까지 이른 피해자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그들은 이를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자위하고 있다”라며 “여성들이 ‘죽이지 말라’ ‘나를 성적 대상화 하지 말라’며 거리에 나서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왜 그들은 스스로 나서서 여성을 살해하고 또 묻으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