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준 경희대 교수 | ||
전자의 두 사건은 재벌 총수들의 지극한 자식사랑과 관계가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법과 경제질서 차원을 넘어 소위 국민들이 바라는 최고 사회지도층들의 고결한 의무(Noblesse Oblige)에 반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한화 총수사건이 온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이유는 재벌이 벌인 사건의 흥미성 때문이기보다는 재벌의 자식사랑법이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재벌총수들의 자식들은 본인들의 능력과 관계 없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조건 경영후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한국 재벌들의 풍토이며 관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테 당해서는 결코 안되며 맞으면 반드시 되갚아주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해결방법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즉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조직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라면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법위에 군림하는 초법적인 존재가 되어 언젠가는 국가공권력도 무력화시키는 무소불위의 세력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한화그룹 총수사건이 물리력과 관련된 사건이라면 삼성에버랜드 사건은 법과 금융적 기법을 교묘하게 악용한 조직적 편법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건희 회장 자녀들에게 헐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허태학·박노빈 전·현 에버랜드 사장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구형했다.
에버랜드 사건은 외견상으론 한화그룹 사건과 전혀 다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적 이해관계자인 총수의 자식들에게 상속세를 내지 않고 경영권을 넘겨주려는 재벌의 조직적이고 초법적인 사건이라는 점이 유사하다.
셋째 사건인 재벌그룹 계열사들의 담합행위는 소비자 피해추정액만 약 4조 7500억 원에 달하고 있지만 과징금은 약 40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10% 내지 3%에도 못 미쳐 이들의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시장개혁의 일환으로 재벌들의 불공정행위를 개혁하고자 했을 때, 그들은 전경련을 앞세워 소위 ‘반시장, 반기업론’을 들고 나오면서 여론몰이를 통해 재벌개혁에 강력히 저항하였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국가경제와 국민들의 일자리를 무기로 정부를 압박했던 재벌들의 행태가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서 조직적으로 법위에 군림하고 번번이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면, 국민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심판의 날이 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