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대 교수 권영준 | ||
그래서인지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현재까지 여론 지지율 1위와 2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 예비후보들은 한결같이 선진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후보는 747(7% 성장, 4만 달러 1인당 국민소득, 세계 7대 강국) 경제비전과 한반도 대운하건설을, 박 후보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는) 전략과 한중 카페리열차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후보들의 공약(公約)에 대한 허구적 공약(空約)성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포퓰리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정치인들이 선진화를 주장하면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다름 아닌 신뢰구축인 것이다.
공적인 신뢰는 국민들이 공적 부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정책이나 법과 제도가 복리후생의 증진과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그 진정성을 믿는 것은 물론, 공인인 정치인(입법부), 관료(행정부), 법조인(사법부)의 말과 행동에 대해 믿는 것이 근간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주체인 기업에 대한 소비자나 이용자들의 신뢰 또한 마찬가지다. 신뢰를 확립하는 기본 전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직은 모든 사람들이 다 중요하다고 그리고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질병이다. 이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문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해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은 국제투명성 기구가 조사한 다양한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투명지수가 높고 부패지수가 낮기 때문에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고, 이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큰 자산이 되어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수반한다. 특히 사회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으면 정부 정책의 효율성이 매우 높고 법이 제정되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법치주의가 확립된다. 예일대 교수인 폴 케네디는 아담 스미스가 제시했던 선진국의 조건인 ‘안정적인 정부, 예측가능한 법들, 그리고 공평한 조세’의 세 가지 조건은 오늘날도 유효한 선진국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모두가 다 사회적 신뢰가 전제될 때에 가능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리더십의 필수 요소로 꼽는 것의 첫 번째 항목이 바로 정직성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들로부터 더 큰 불신과 거짓을 경험하고 있다. 오히려 독재시대 대통령보다 더 공약을 지키지 않고 비리에 연루되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선 후보들의 현란한 공약보다는 그들의 언행일치에 근거한 신뢰받는 정직한 리더십에 더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