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복거일 | ||
걱정스럽게도 젊은 세대는 한국전쟁에 대해서 모른다. 그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좌파 서적들과 교사들로부터 배운 그른 지식들을 지녔다. 예컨대 우리가 북한을 먼저 침입해서 전쟁이 났다고 믿는 젊은이들이 많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한 학생들도 태반이 그런 ‘북침설’을 믿는다고 한다. 나이 든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한국전쟁의 기본적 사실들만이라도 들려주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는 그 참혹한 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유화 정책 덕분에 북한의 위협이 많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널리 퍼진 지금, 나로선 공산주의자들이 얼마나 음험한가 일깨워주는 얘기를 젊은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공산주의자들의 음험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한국전쟁 초기에 나왔다. 춘천 지역을 맡은 국군 6사단은 북한군의 기습 공격을 잘 막아냈고 덕분에 국군 전체가 북한군에게 포위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흘 동안 북한군을 막아낸 6사단 7연대는 홍천으로 물러나면서 2대대를 원창고개에 배치했다. 그 고개에서 2대대는 북한군 2개 연대 병력의 공격을 물리쳤다.
그러자 북한군 병사들은 여러 곳에서 백기를 들고 손을 흔들면서 다시 고갯마루를 향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적이 투항하자 국군은 환성을 올리며 적을 맞이하였다. 마침내 국군 진지에 이르자 북한군은 다발총을 쏘아 국군 진지를 유린했다.
이런 술책은 뒤에 중공군도 썼다. 서부 전선의 ‘올드 볼디’ 고지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미군 제1기병사단 병사들은 백기를 들고 거짓 항복한 중공군 병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었다.
백기는 전쟁에서 불필요한 살상을 막기 위해 나온 보편적 제도다. 그런 인도주의적 제도를 거짓으로 쓰면 실제로 항복하려는 군인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따라서 백기를 그렇게 거짓으로 쓰는 것은 참으로 사악하다.
공산군들은 심지어 민간인들 속에 숨어서 국제연합군에게 접근했다. 당연히 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아예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들로 삼아 국제연합군 진지로 접근하기도 했다.
공산군의 그런 행태는 결코 우발적이 아니다. 우리 군인들이 백기로 적군을 속이거나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은 적은 없었다. 공산군의 그런 사악함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는 공산주의 논리에서 나온다. 수단이 정당해야 목표도 정당성을 얻는다는 자유주의와는 달리 공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는 도덕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제시한 목표에 이바지하는 것만이 도덕이라 여긴다.
한국전쟁을 통해서 나이 든 사람들은 대부분 공산주의에 대한 면역을 얻었다. 그 소중한 지식을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전수하는 것은 지금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