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대 교수 이주향 | ||
이번에 호지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세계화의 바람을 우려했다. 세계화는 인류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들뜬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노예제도는 결코 없어진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새롭고도 강력한 노예제도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금권만능주의라는 것이었다. 돈으로 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모두들 돈, 돈, 돈, 하면서 돈으로 되는 일만 꿈꾸다 보니 자연히 돈의 노예가 되는 거겠다. 오죽하면 ‘부자되세요!’가 인사일까?
호지의 책 <오래된 미래>는 개발의 바람이 불기 전 라다크적인 삶 속에 인류 미래의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라다크적인 삶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공동체를 중시하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에서 어찌 라다크적인 공동체를 꿈꿀 수 있을까. 호지는 개인주의가 대세인 이 어지러운 세상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나눠 읽고, 함께 밥을 지어먹으면서 마음을 나눌 작은 공동체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오랜만에 <오래된 미래>를 꺼내보던 참에 어떤 목사님께서 진짜 부자의 조건을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 목사님도 누군가의 말을 인용한 거였는데, 내게 그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았는지 그건 금방 잊어버리고 내용만 남았다. 다음 10 명제 중 해당사항이 8개 이상이면 상류층이고, 3개 이하면 빈곤층이란다.
‘친구의 부와 명예, 미모를 질투하지 않고 축복해준다’ ‘남을 위해 지갑을 열 때 아깝지 않다’ ‘내 아이가 보통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에 감사한다’ ‘매일 받는 일용할 양식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길을 걸을 때 새소리가 들리면 귀가 확 열리고, 문득문득 나무와도 대화할 수 있다’ ‘뭐든 모자란다고 불평하기 전에, 있는 것에 감사한다’ ‘비판보다는 칭찬에 익숙하다’ ‘현재와 과거를 후회하는 대신 미래를 꿈꾸며 산다’ ‘정신없을 때, 바쁠 때 그리스도를 잊지 않는다.(마음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자신이 있다’.
자신이 없는 게 많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이 없었던 것은 ‘죽음’이었다. 내 동생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는 죽음에 대해 자신이 있단다. 어휴, 기가 막힌다. 진짜 우리는 우리를 모르는구나, 나는 나를 모르는구나. 차라리 내가 쟤를 몰랐다면…. 할 수 없이 칭찬이 아닌 비판을 해야 했다.
“넌 죽음에 대해 자신이 있는 게 아니야!” “언니가 날 모르는 구나. 난 때때로 죽고 싶어!” “그건 죽음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투정이야! 소화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얘기고, 세상에 기대도 많고 질투도 많다는 얘기지. 진짜 죽음에 대해 자신 있는 자는 우선 병에 대해 의연해. 너는 피부에 뾰루지만 돋아도 난리잖아.” 우리는 정말 우리를 모른다. 그래서 세상살이는 위험하고도 재미있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