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대 교수 이주향 | ||
열린우리당의 문이 활짝 열렸다. ‘개혁’의 깃발을 내세우고 힘차게 시작했을 땐 그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제 그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글쎄, 들어가고자 했을 때는 저마다 들어간 이유가 있었듯 나갈 때는 저마다 나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양은 좋지 않다. 나가는 모양이 좋지 않으니 탄핵의 역풍으로 당선된, 걸러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탄식에 힘이 생긴다.
어쩌면 열린우리호의 간판으로는 안 된다고 소리를 높이는, 열린우리호에서 호의호식 하던 이들을 볼 때마다 정치 이전에 인간적 신뢰의 문제가 떠오르는 건 나의 편협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열린우리호에 탑승했던 소위 ‘진보세력’은 소위 ‘보수세력’보다 도덕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였다. 그런데 이번에 몇 차례에 걸쳐 열린우리호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이탈의 변(辯) 중에는 저들이 단순히 미숙해서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도덕적 타락을 하고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하는 대목이 있었다. 집권당이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던 사람들, 당의 얼굴이었던 사람들, 노무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입각까지 했던 사람들이 참여정부가 국정실패를 했다고, 열린우리당이 잘못했다고, ‘나’는 잘못이 없다고 당을 떠나는 것이다.
이를 어찌 봐야 할 것인가. 이해하려 들면 이해하는 일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그들은 열린우리호에 희망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예민한 촉수로 알아차린 것이다. 그들은 바로 열린우리호를 이끌던 선장이었고 선원이었으므로. 열린우리호의 얼굴마담이었던 그들이, 그리고 젊은 리더를 자처했던 386들이 끝까지 배와 같이 운명을 함께하는 것이 선장이고 리더라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만일 노무현호가 그들의 말대로 실패했다고 한다면 노무현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그들은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소리 높이기 전에 겸허하게 정권창출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이 바로 ‘실패’를 이끈 정책입안자고 정책결정자였으므로. 그들은 당을 떠나면서 열린우리호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소리 높이기 전에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뇌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것이 우리 인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엉킨 실타래를 푸는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저마다의 방법을 갖지 않으면 문득문득 초조해하며, 조급해하며, 두려워하며, 불안해하며 세상사에 끌려 다닐 뿐이다. 당연히 엉킨 실타래는 더욱 엉킬 뿐 풀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보고 싶다. 정당정치는 책임정치인데, 끝까지 “네 탓”이라고 싸움만 하지 말고 “내 탓이오” 할 수 있는, 책임을 아는 사람을. 그게 인간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