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가 앞선 것으로 발표되자 캠프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일요신문DB
[일요신문] 드루킹 특검 출범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도 매크로 작업을 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A 씨는 “매크로를 활용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폭로했다.
A 씨는 2006년 지방선거부터 각종 선거 캠프에 온라인 담당자로 참여했는데 매크로를 활용한 조작은 2007년 17대 대선 때도 이어졌다고 밝혔다. A 씨는 관련 증거로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자신이 상관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A 씨의 상관이던 상황실장이 “검색 1순위 작업 시행 바람”이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A 씨가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다”고 답하고 상황실장이 “매크로 했니”라고 되묻는 내용이다.
지난 6월 6일에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디지털종합상황실장을 지낸 박철완 교수가 대선 캠프 SNS 본부에서 매크로 조작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박 교수는 “지시가 떨어지면 그쪽 작업을 하는 팀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가지고 (트위터) RT 회수가 수백 회에서 거의 1000회 가깝게 프로그램에 의해서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는 “(캠프 내에서) 이걸 왜 못 하냐. 왜 불법이냐고 오히려 반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대선 캠프 SNS본부) 김철균 본부장님 말도 듣지 않는 특정인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선거캠프에서 매크로를 활용한 여론조작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드루킹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지난 6월 7일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은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일요신문은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SNS본부 직원명단을 입수해 당시 관계자들의 입장을 직접 청취해봤다.
박근혜 캠프 SNS본부 총괄 책임자였던 김철균 전 본부장은 “SNS본부에서는 그런(매크로 사용) 일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본부장 말도 듣지 않는 특정인들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SNS본부는 공식 조직이니까 불법적인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늘 했던 것이다. 본부 내에서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은 “그 당시에는 매크로라는 용어도 몰랐다. 우리는 후보의 공식 SNS 계정과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조직이었다. 그런 일들을 아예 안했다”면서 “선거 때 바이럴 마케팅(※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널리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 해주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중에는 합법도 있고 불법도 있었는데 (팀원들에게) 불법은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본부장은 박 교수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 김 전 본부장은 “대선 캠프 안에는 SNS본부 말고도 SNS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박철완 교수도 저희 SNS본부 소속은 아니었다. 외곽(조직)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SNS본부 이 아무개 전 팀장은 “당시 제가 대외협력을 맡아 당내든 선대위 조직이든 거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다”면서 “박철완 교수가 대선 당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에도 디지털 종합상황실장이라는 직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철완 교수가 캠프에서 활동하지도 않고 거짓증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시 지지자 그룹이 자체적으로 무슨 조직을 만들고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교수가 그런 조직에서 활동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식 선대위와는 전혀 무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전 팀장은 “지지자 그룹들이 ‘우리가 카톡 방에 몇 명을 데리고 있다’ ‘이런 이런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연락 오는 경우는 많았다. 저는 그냥 그런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쇼’ 인사만 했다. 우리가 그 분들에게 뭘 주고 그런 것은 없다. 그 분들은 당과는 관련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알아서 활동을 하며 메시지를 보내왔고 의례적인 감사 인사를 전한 것뿐이라는 해명은 민주당 측의 드루킹 사건 해명과 유사했다.
자발적인 지지자들 중에서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는 없었냐는 질문에는 “댓글에서는 늘 진보가 이겼다. 우리가 매크로를 사용했다면 여론을 다 뒤집었지 매번 졌겠느냐”고 되물었다.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댓글 공감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사례가 발견됐다는 지적에는 “솔직히 수작업으로 댓글 다는 정도의 작업은 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팀장은 “1인당 아이디를 3개까지인가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팀원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댓글을 다느라 힘들었다. 그런 정도였지 매크로를 사용한 적은 없다. 검찰 수사나 특검을 한다고 해도 떳떳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철완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댓글 작업하는 팀도 있고 트위터 작업하는 팀도 있고 다른 SNS 작업하는 팀도 있고 다 따로 움직였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자기끼리 회의를 하고 지시를 내리는 명령센터가 카톡방이었다고 보시면 된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서로서로 모르고 운영이 됐고 카톡방에 모여서 자기들이 트위터 지시를 하든지 댓글을 지시를 하든지 다양한 정책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댓글 작업을 하는 외곽조직이 있었다는 것에는 이 전 팀장과 박 교수의 증언이 일치하는 것이다. 관건은 이들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캠프의 지시를 받고 활동을 했는지, 또 활동의 대가를 받았는지 등이다.
박 교수는 대선 당시에 불법적인 온라인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도 했다. 따라서 당시 SNS본부에서 활동하다 청와대에 입성한 인사들에게 중점적으로 매크로 사용 여부를 물어봤다.
몇몇 인사는 질문을 하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일부 인사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일부 인사는 당시 SNS본부에는 속해 있었지만 다른 업무를 맡아 내용을 모른다고 해명했다. 실무자들도 대체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내용을 잘 모른다고 했다. 실무자 중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단언한 인사는 단 한 명이었다.
박철완 교수는 당시 SNS본부 인사들이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질문하는 것 같다”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답변이 없었다. 당시 대선 캠프 내 디지털 종합상황실장이라는 직책이 없었다고 한다는 질문에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