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승의 제물은 스웨덴?
한국이 속한 F조의 전력은 1강(독일)-2중(멕시코, 스웨덴)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을 16강 진출 팀으로 꼽지 않는다. F조의 모든 팀들은 한국을 ‘제물’로 삼겠다고 벼른다. FIFA 랭킹이 30계단 이상 높은 팀을 상대로 1승 이상을 거둔다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조별 예선전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과의 경기를 인내심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월드컵 출정식 당시의 신태용호. 연합뉴스
“스웨덴은 유럽 예선에서 단단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러시아 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를 2-1로 꺾고 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는데 스웨덴이 조별예선과 플레이오프를 통해 치른 12경기에서 27골을 넣었고 실점은 9골밖에 하지 않았다. 그만큼 수비가 탄탄하다는 걸 증명해 보인 것이다. 어떤 강팀도 스웨덴의 두터운 수비벽을 허물지 못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기자 간담회에서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첫 상대인 스웨덴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면서 “스웨덴전에서는 승점 3점을 챙겨야 한다. 피지컬이 뛰어난 팀이다. 최대한 세트피스 상황을 주지 말아야 하고 좋은 침투 패스로 상대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6월 7일(한국시간) 신태용호는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볼리비아와 마지막 공개 평가전(11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은 비공개)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0-0으로 비겼다. 스웨덴전을 염두에 둔 평가전이란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대표팀의 플레이는 졸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신욱, 황희찬의 투톱을 ‘트릭’이라고 설명하면서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며 양해를 부탁했다. 즉 스웨덴을 속이기 위한 속임수였다는 내용이다. FIFA 랭킹 59위팀, 그것도 주전들이 대부분 빠진 1.5군 수준의 팀을 맞이해 무득점으로 평가전을 마친 대표팀 감독이 ‘속임수’ 운운하는 발언은 의혹과 의문만 증폭시켰다.
# 베스트11은 언제 정하나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베스트11의 윤곽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온두라스전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 이번 볼리비아전까지 베스트11을 모두 달리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평가전에서 만큼은 베스트11을 투입, 부족한 부분을 수정 보완시켜야 함에도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까지 새로운 조합을 내보내면서 시험만 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 연합뉴스
물론 볼리비아와의 후반 15분에 이승우가 빠지고 손흥민이 들어가면서 골키퍼 김진현(전반전에는 김승규), 박주호-김영권-장현수-이용의 수비진과 이재성-기성용-정우영-손흥민의 미드필드진, 황희찬-김신욱의 공격진 등으로 구성된 베스트 11이 꾸려졌지만 결과는 졸전이었다.
신 감독은 현지 인터뷰에서 “월드컵 때 펼칠 전술과 작전, 베스트 11은 모두 확정한 상태”라면서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한 내가 가진 해법으로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11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자신이 구상한 베스트11으로 모든 걸 맞춰보겠다는 생각이다.
# 이청용, 석현준의 아쉬움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경험한 베테랑 이청용이 러시아월드컵 최종 명단에 오르지 못한 게 ‘신의 한 수’가 될까, 아니면 ‘최악의 수’가 될까. 큰 대회일수록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경험 부족이 얼마나 치명적인 약점인지를 배웠지만 신태용호도 그 약점을 안고 러시아월드컵으로 향한다.
신태용호를 이끄는 태극전사들의 평균 A매치 출전수는 남아공월드컵(56.3경기)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7.9경기이다. 브라질월드컵의 A매치 출전수는 25.2경기였다. 그만큼 기대했던 베테랑들이 신태용호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근호야 월드컵 소집 직전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낙마했지만 이청용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청용은 월드컵 출전 경험은 물론 본선에서 득점을 한 기록도 갖고 있다.
이청용이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면 석현준의 엔트리 제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석현준은 수년간 유럽에서 활약하며 저돌적인 스피드와 골 결정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리우올림픽에선 황희찬, 손흥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올 시즌 프랑스리그에서 뛰었던 석현준은 한동안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에서도 6골을 터트렸다. 190cm의 장신이지만 김신욱과는 또 다른 유형의 스트라이커로 대표팀의 투톱으로 나선다면 전방에서 손흥민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그러나 신 감독은 석현준을 외면했다. 실력만 놓고 본다면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이지만 그동안 A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상황이 조직력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 감독의 구상에 석현준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고개숙인 신태용호.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축구인은 “볼리비아전을 통해 이청용, 석현준뿐만 아니라 이동국까지 떠올랐다”면서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경험과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제외한 신태용호가 러시아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심히 우려된다. 월드컵은 증명해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그래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신의 아이들’을 응원해주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16강 진출이 비관적이긴 해도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 저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볼리비아전 이후 축구 전문가들조차 “이러다 월드컵 가서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다수의 해외 유명 언론도 한국을 F조 최약체로 평가하고 있다. 16강은 물론 1승도 힘들다는 것.
박지성 해설위원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50% 이하”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독일이 90%, 스웨덴이 45%, 멕시코가 40%, 우리가 25% 정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말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25%라고 예상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50% 이상은 가능성이 있다”고 후한 기대치를 나타냈다. 안정환 위원은 볼리비아전 중계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오스트리아에서 파워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 훈련을 하고 있지만 공간을 찾지도, 먹지도, 만들지도 못한다며 후배들의 답답한 경기력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과연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한국이 상대할 러시아월드컵 F조 스웨덴, 멕시코, 독일의 전력 분석 #스웨덴 소속대륙 : 유럽 FIFA랭킹 : 24위(6월 기준) 월드컵 최고 성적 : 준우승(1958년) 감독 : 얀네 안데르손(스웨덴) 한국과 가장 먼저 맞붙는 스웨덴은 북유럽의 복병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월드컵 11회 출전, 준결승 4회, 결승 1회 진출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과의 역대 전적은 2무2패. 스웨덴은 유럽 지역 예선에서 6승1무3패로 네덜란드를 밀어내고 조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탈리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1승1무를 기록,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스웨덴 축구의 특징이자 강점은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위력적인 역습에 있다. 이탈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은 슈팅수 3, 이탈리아는 20을 기록했지만 월드컵 진출은 이탈리아가 아닌 스웨덴이었다. 어떤 강팀도 스웨덴의 두터운 수비벽을 허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4-4-2 포메이션을 허문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태.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을 상대로 스리백이 아닌 포백으로 나설 예정임을 밝혔다. #멕시코 소속대륙 : 북중미 FIFA랭킹 : 15위(6월 기준) 월드컵 최고 성적 : 6위(1970·86) 감독 :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콜롬비아) 24일 밤 12시 러시아 로르토프나도두에서 예선 두 번째 경기로 맞붙게 되는 멕시코는 탁월한 개인 기량과 함께 강한 압박을 자랑하는 수비가 특징이다.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없어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주축 멤버들에 큰 변화를 두지 않아 뛰어난 조직력을 선보인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멕시코의 전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지난 3일 멕시코와 스코틀랜드의 평가전을 봤을 때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스리백을 쓰면서 그렇게 공격적인 팀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압박의 강도나 스피드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승무패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바람을 포함해 무승부를 택하고 싶다.” 전력과 전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멕시코이지만 허점도 보인다.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멕시코 주전급 선수 8명(기혼자들)이 30여 명의 매춘부들과 밤샘 파티를 벌인 것이 알려지면서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멕시코축구협회는 부적절한 처신 논란을 빚은 선수들에게 징계를 내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소속대륙 : 유럽 FIFA랭킹 : 1위(6월 기준) 월드컵 최고 성적 : 우승(1954·74·90·2014) 감독 : 요아힘 뢰브(독일) 한국과 6월 27일 오후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맞붙는 ‘전차군단’ 독일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후 16차례 연속 8강 이상에 이름을 올렸고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유럽 최종예선 C조를 10전 전승(43득점 4실점)으로 통과했고 공격, 수비 등 어디에서도 약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율리안 드락슬러(파리 생제르맹),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 등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세계 최고 골키퍼로 꼽히는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주전 골키퍼인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겐도 합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요하임 뢰브 감독이 오랫동안 독일팀을 이끌며 팀 전력을 탄탄히 다졌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 예측 프로그램 사커봇은 독일의 우승 확률을 출전 32개국 중 1위인 28.6%로 예상했고 한국은 공동 26위인 0.2%로 책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