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표-이광용의 호흡은?
이영표와 호흡을 맞추는 KBS 이광용 해설위원은 메인 캐스터로 월드컵 중계에 참여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KBS의 메인 캐스터는 조우종 아나운서였고, 이광용 아나운서는 보조 역할이었다. 물론 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중계를 맡았다.
“브라질월드컵은 회사의 파업이 막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어수선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스포츠팀에서도 파업으로 월드컵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해설위원 이영표의 진가가 드러나면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조우종 아나운서가 ‘넘버1’의 위치였고 난 ‘넘버3’ 정도 됐는데 이번에 내가 메인 캐스터로 나가다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4년 전 높은 시청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크다.”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조리 있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이영표 해설위원.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조리 있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이영표 해설위원과 함께하는 이 아나운서는 “처음에는 이영표 위원을 얼마나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과 부담이 컸다면 지금은 부담 대신 설렘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시청률이 이전과 같지 않다면 해설위원이 아닌 캐스터의 문제일 것이다. 다른 건 변한 게 없는데 메인 캐스터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이 시청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난 징검다리, 도우미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이 아나운서에게 해설위원 이영표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거침없는 자랑이 이어졌다.
“세계 축구사에서 A매치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축구 레전드가 이영표 해설위원처럼 해설을 잘한다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와 방송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자신의 경험과 축구 지식, 축구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논리적인 해설을 곁들이는 터라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처음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그의 수준을 내가 따라가지 못했다. 중계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을 많이 느끼지만 이영표 위원과 재미있는 방송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이 아나운서는 KBS 월드컵 중계가 시청률 1위를 수성하는 데 유일한 걸림돌로 SBS 박지성 해설위원을 꼽았다.
“그동안 SBS가 박지성이란 레전드를 해설위원으로 영입할 거란 소문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이영표 위원이 한마디 하더라. ‘지는 것 괜찮고, 못하는 것도 괜찮은데, 질까봐 걱정하고 못할까봐 걱정하는 게 진짜 바보’라고 말이다. 박지성이 오든 누가 오든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다.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방송을 통해 잘 전달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 ‘배-박 콤비’ 배성재와 박지성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평소 친분 있는 박지성을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영입하기 위해 영국까지 찾아간 일화를 소개했다. 배 아나운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평창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박지성 위원은 해설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후 내가 ‘특사’ 자격으로 영국을 찾았고 박지성 위원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다양한 시험을 해봤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분석하는 박 위원의 식견이 예사롭지 않았다. 해설위원 수락 여부를 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고 마지막에 박 위원이 SBS 측에 요구한 조건이 받아들여지면서 최종 결정이 됐다.”
박 위원이 요구한 조건은 SBS가 K리그 관련 축구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성화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 배 아나운서는 해설위원 박지성의 장점과 관련해서 박지성이 갖고 있는 축구 이력을 먼저 언급했다.
박지성 해설위원(오른쪽)을 직접 영입해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성재 아나운서(왼쪽).
“세계 최고의 클럽과 감독 밑에서 전술적인 역할을 맡았던 선수라 전술의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탁월한 축구 지능으로 판단력이 빨라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이 어떤 의도에 의한 것인지를 바로 설명해준다. 축구 이해력과 경험만큼은 최고의 수준이라고 자신한다.”
배 아나운서는 3개월가량 박지성 위원과 특별 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 특훈 덕분에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박지성 위원이 안정된 해설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 이영표, 안정환과 경쟁하는 상황에 대해 배 아나운서는 겸손한 자세를 나타냈다.
“모두 2002년 월드컵 영웅들 아닌가. 지금은 타 방송사 해설위원들이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나도 그들의 해설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한테는 박지성이 있다. 많은 축구팬들이 박지성이니까 SBS를 본다고 말할 정도다. 박지성 위원은 이영표 위원처럼 입담이 좋지 않고, 안정환 위원처럼 예능인의 끼가 없다. 현재 한국 축구가 잔치를 벌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지난 브라질월드컵처럼 야단치고 쓴소리만 늘어놓기도 어려운 상태다. 담백하고 친절하게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중계로 월드컵에 임할 것이다. 그래도 박지성이란 레전드를 월드컵 경기장 밖에서라도 만난다는 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스웨덴전이 분수령 될 듯
이광용 아나운서는 러시아월드컵에 나가는 축구대표팀을 향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 월드컵 대표팀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가 굉장히 낮다. 김민재, 염기훈, 권창훈, 김진수에다 이근호까지 제외되면서 기대치가 더 낮아졌다. 만약 우리가 스웨덴전을 이긴다면 이 판은 완전 뒤집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3전 전패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이 뭔가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모든 국민들은 대표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우린 잃을 게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 부어야만 한다.”
이 아나운서는 ‘신태용호’에 승선한 대표팀 선수들 중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꼽았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한국 축구가 침체된 배경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의 몰락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남아공월드컵 때까지만 해도 한국 축구는 순항 중이었다. 그러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축구를 향한 관심과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 모든 어려움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몫은 월드컵을 뛰는 선수들이다. 우리는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은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
이광용 아나운서는 러시아월드컵의 한국대표팀 성적을 2무 1패로, 배성재 아나운서는 1승1무1패로 예상했다. 배 아나운서는 1승 상대로 스웨덴을 꼽았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