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준 경희대 교수 | ||
함부로 아무 때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범법을 하면 대통령도 처벌받는 철저한 법치주의의 확립, 거짓말이 범죄로 인식되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시스템이 미국 경쟁력의 원천이다. 귀국해서 신문을 보니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조사대상 131개국 중 지난해 23위에서 올해 11위로 12계단이나 올랐다고 한다.
WEF는 “한국은 평가 대상국 중 올해 경쟁력 순위가 가장 향상된 국가”라고 밝혔으며, 11위는 WEF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발표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라고 한다. WEF는 한국의 경우 고등교육 취학률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고등교육 및 훈련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과학기술 수준, 기업 혁신, 거시경제 안정성, 기업활동 성숙도에서도 강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국가경쟁력 세계 1위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이 또 차지했다. 한국의 GDP 순위는 13위이고 국가경쟁력이 11위라면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선진국(G7)으로 진입하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사회도 많은 부문에서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지만, 크게 세 부문에서 아직도 시스템보다는 사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후진성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정부부문이다. 아직도 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와 규제일변도의 마인드가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불확실하게 한다. 둘째는 재벌들의 기업지배구조가 아직도 제왕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흔히들 말하는 자본권력이 종종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를 조정하는 검은 손으로 작동하고 있어 폐단이 크다. 셋째는 시스템 밖에 있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체할 정도로 교육시스템에 문제가 많다.
대선을 50여일 남겨 두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아직도 정치판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신뢰받는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해서 ‘국민들 살기 편하게 해주고 다같이 더 잘사는 선진국’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지만 그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
온갖 공약들에 식상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말보다는 실천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후보를 판별하는 능력이다. 국가적 비전을 갖고 정직하고 유능한 인재를 쓸 줄 아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서 앞에서 제기한 3가지 시스템을 선진화시키면 우리도 반듯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살릴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느냐 아니냐가 이번 대선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