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준 경희대 교수 | ||
그렇다. 당선인의 초심은 ‘민심이 천심’인 것을 인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백성들을 섬기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서 더욱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 속에서 민심이 천심인 것을 알아야하지만 때로는 ‘민심처럼 변덕스러운 것이 없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철학자 카(E. H. Carr)에 의하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화 이후 4명의 대통령 모두가 끝이 행복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남고 말았다. 새 대통령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민주화 시대는 독재시대의 지도자보다 더 통치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별히 국민적 갈등이 많은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반대 의견을 잘 수용하면서 설득하는 리더십의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인수위가 추진하고자 계획하는 많은 정책들 중에서 좋은 것들도 있지만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금산분리 정책은 대표적으로 갈등의 소지가 많은 정책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선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현재 국민들의 2/3 정도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정적이다. 만약에 이를 일부 측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무조건 밀어붙이고 여론수렴은 구색 갖추기로만 형식화할 때에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정책추진 행보가 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까지 제기된 반대 의견들을 무조건 누르려고만 하지 말고 합리적 대화와 문제점 보완을 통해 설득을 하되, 만약에 동 정책의 편익이 비용보다 더 적다고 판단될 때에는 과감히 포기하는 품격 높은 리더십을 보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반도 대운하추진 정책을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면서 가장 중요한 국민통합의 기조를 잃지 않는 리더십을 견지해야 한다.
둘째 금산분리정책의 대폭완화 내지 폐지는 그 목적이 무엇인지, 또한 폐해가 무엇인지를 잘 분석하되 ‘영혼이 없다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관료집단’의 권력에 비위 맞추는 논리만 듣지 말고 민간전문가들의 충정을 잘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금융전문가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산업자본(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때 독립적인 경영자를 세워서 독자적인 경영을 보장할 수 있는 문화적이고 역사적 검증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냉철히 반문해 보아야 한다. 현재와 같이 그룹의 비자금을 만들어주는 창구로 금융회사가 악용되는 현실에서 과연 재벌들이 은행을 소유하면 나라의 금융시스템이 안전하겠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사후적 규제 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당선인은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청계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반대자들을 4000번 넘게 만나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환경개천으로 만든 리더십과 추진력을 소지한 장점이 있다. 다시 한번 대승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