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당선인을 지지한 사람이나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나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성공일 테니까요.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격하게 부딪치는 곳들이 있네요. 그 중에 가장 무서운 건 우리 국토 전체를 놓고 실험해야 하는 대운하 프로젝트입니다. 대운하 때문에 당선인을 찍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실 선거의 일등공신은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아마 한나라당에서 당선인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가 나왔어도 대세는 바뀌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민은 저 문제 많은 대운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 참여정부를 심판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고 보니까 우리 국토 전체를 놓고 실험해야 하는 대운하 문제가 목전에 있네요. 저는 공개적으로 청계천 프로젝트에 찬사를 보냈던 사람입니다. 많은 서울시민이 그랬듯 청계천에서 보여준 이명박의 추진력과 리더십에 반했었지요. 그러나 대운하는 청계천의 연장선이 아닙니다. 그건 뭐라고 포장해도 국토재앙일 겁니다. 그것도 1회성 재앙이 아니라 두고두고 겪어야 하는 재앙인 거지요. 그것은 건설업자의 발상이지 공동체의 미래까지 사랑해야 하는 대통령의 발상은 아닙니다.
7%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그 공약 때문인가요. 7%, 그것은 삶의 질을 그만큼 끌어올리겠다는 상징적인 숫자 아니겠습니까? 만일 대운하 프로젝트를 포기할 경우 7%가 안 된다면 안하셔도 됩니다. 7%를 이룩하겠다는 일념으로 운하건설 하겠다고 여기저기 파헤치는 것은 명품 사겠다고 몸을 파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좋은 삶의 질이 아닙니다. 당선인보다 많은 지지를 받고 극적으로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큰 문제가 스스로 대통령인 줄 모르고 끝까지 도전자인 줄 알았던 거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처럼 이제 당선인은 건설업자가 아니라 끝까지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대통령입니다. 조급해서도 안 되고, 오만해서도 안 되고, 예민해서도 안 되는 거지요.
벌써부터 180개의 시민단체가 대운하를 반대하겠다고 모였습니다. 그 기세에 놀랐는지 인수위원장이 바로 하는 게 아니라고, 여론 수렴 거쳐서 착공까지는 1년은 걸릴 거라고 말씀을 하시네요. 인수위가 참 의욕적이네요. 당선인께서도 미숙하지만 의욕을 가지고 해나가고 있다고 표현하셨지요? 아시겠지만 미숙한 사람이 의욕적이면 가장 위험합니다. 일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대로 재앙을 부르니까요. 불필요한 열정은 그 자체가 공격적이어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상황을 꼬이게 만듭니다.
대운하, 한다는 전제 하에서 시간을 끄는 것은 여론수렴이 아니라 오만과 독선이고 여론조작입니다.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그 전제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몇몇 재벌과 함께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공동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