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 소설가 | ||
자연히 모든 종(種)들은 근친교배를 막는 장치들을 갖추었다. 사회적 동물들은 태어난 집단 밖에서 배우자를 찾는 족외혼(族外婚)을 따른다. 모든 인류 사회들에서 근친상간은 가장 엄한 금기다. 프로이트의 주장과는 달리 사람은 근친에 대해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사람이 누가 자기 근친인지 미리 알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은 어릴 적에 함께 지낸 사람들에 대해선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진화해 왔다).
물론 배우자 선택에서 근친교배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유전자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삼으면 근친교배와 비슷하게 자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많은 동물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는 능력을 지니도록 진화했다.
이 점과 관련, 가장 중요한 유전자들은 ‘주조직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를 이루는 유전자들이다. MHC는 세포들의 표면에 자리잡고 면역 체계의 한 부분을 이루는 단백질 집단을 만든다. 따라서 MHC가 다양할수록 더 많은 질병들에 대한 저항력을 지니게 된다. 게다가 배우자들의 MHC가 아주 비슷하면 아이를 낳은 뒤에 모체가 심각한 병에 걸릴 수도 있다.
포유류의 여성은 남성들의 체취로 그들의 MHC를 구별할 수 있다.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여성은 자신의 MHC와 많이 다른 MHC를 지닌 남성을 선호한다. 이 사실은 생쥐와 개에 관해서는 일찍이 확인되었고 1995년엔 사람도 그렇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스위스 생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Claus Wedekind)는 남자 대학생 44명에게 티셔츠를 나눠 주었다. 그리고 이틀 밤 내리 입도록 하면서 탈취제나 향내 나는 비누를 쓰지 말도록 했다. 이어 여자 대학생 49명에게 각기 티셔츠 여섯 벌씩 냄새를 맡도록 했다. 그 여섯 벌 가운데 세 벌은 그 여학생의 MHC와 다른 MHC를 지닌 남학생들 것이었고 나머지 세 벌은 비슷한 MHC를 지닌 남학생들 것이었다. 예상대로 여학생들은 자신의 MHC와 다른 MHC를 지닌 남학생들의 땀냄새를 훨씬 선호했다.
만일 이런 사실이 배우자 선택에 이용된다면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실제로 작년 12월에 미국의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 하나가 그런 업체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신체, 경력, 그리고 재산에 관한 자료들에 더해서 MHC 자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희망하는 사람이 자신의 볼 안쪽에서 면봉으로 채취한 세포를 보내면 그 업체는 유전자를 분석해서 MHC에서 서로 많이 다른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사주나 점성술과 같은 의사과학(pseudo-science)과는 달리 이것은 진정한 과학에 바탕을 두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좋은 배우자를 찾도록 도울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과학적 지식이 전통적 관행들을 개선해서 복지에 크게 기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기회를 잘 잡는 사람들은 사회에 실질적 기여를 하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