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준 경희대 교수 | ||
일단 당선인 신분의 차기 대통령들은 실제로 일반인의 신분으로 있다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므로 아무래도 권력의 속성에 물들지 않은 연유로 한없이 겸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으로서 떠나는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대감이 크기도 하고 신선한 느낌이 매우 강하다. 더욱이 아직 떠나지 않은 대통령을 속죄양 삼아 그에게 나쁜 것을 모두 던져버리기 때문에 당선인은 칭찬만 받는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더 이상 속죄양을 찾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권력의 속성상 직언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모든 책임을 대통령으로부터 찾으려 하기 때문에 여건은 급격히 달라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반면교사들인 역대 대통령들의 공과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장 가까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큰 지지를 받으면서 출발했지만 결국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함으로써 임기 말 지지율이 최저인 대통령으로 남고 말았다.
언론과의 불필요한 투쟁 때문에 실제로 큰 것에는 동의하고 작은 것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들까지도 모두 반대세력들에 규합시키는 우를 범했으며 실질적으로 좋은 정책마저도 인정받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애초부터 경제에 초점을 맞춘 대통령은 아니었다. 그는 정치부문과 통일부문에 집착한 나머지 경제는 그저 망가지지만 않으면 좋다고 생각했던 대통령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부문에서의 공약들은 자연히 소홀히 취급 받았고, 따라서 시장개혁을 통한 선진경제의 발판을 결코 만들지 못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보수언론들로부터 반기업적 정부라는 뭇매를 늘상 맞았지만 역사상 삼성을 위시한 재벌기업들이 가장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친재벌적 정부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워졌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청년실업과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서민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진 것은 모든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다.
신정부 인수위는 노무현 정권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정책준비가 출발하는데 문제는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정책처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장 오판하기 쉬운 것이 일부 언론에서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결론처럼 과연 노무현 정부가 반기업 정부였나 아니면 친재벌 정부였는가를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만약 친재벌 정부적 요인이 많았다고 한다면 처방은 당연히 친시장적이면서도 친 중소기업적인 정책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노정부가 잘했다고 평가받는 깨끗한 정치, 지역주의 극복, 권력기관의 중립화 등의 업적까지도 부정하는 쪽으로 통치구조를 변경한다면 역사적으로 큰 우를 범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