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정동균 양평군수 후보 유세장에서 이재명 경기지사후보가 지원유세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은혜재단 퇴직 직원이 양평군청의 갑질 행정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 은혜재단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한 재단 간사에게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2단독 안태윤 판사는 지난 5월 30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간사 최모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벌금 200만원 약식명령이 결정되자 정식재판을 청구했었다.
최씨는 2016년 12월 26일자 은혜재단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공사장 카페 명의변경에 따른 대책수립’ 항목을 임의로 삭제하고, 미리 보관하고 있던 이사장 등 이사 4인의 도장을 날인하여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씨는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양평군청 주민복지과 공무원에게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회의록인 것처럼 제출하여 이를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안 판사는 “피고인은 이사회 당시 이사장이 회의록에 기재할 내용이 아니므로 회의록에 기재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믿기 어렵다”면서, “당시 이사장이 기재하지 말라고 지시한 대상에는 이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이사장이 이 부분을 빼고 작성하라는 지시를 정식으로 했다면 그 내용뿐만 아니라 목차의 회의순서에도 ‘6. 기타토의 2) 공사장 카페 명의 이전에 따른 대책수립’ 항목도 함께 삭제하여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또 “이사장의 지시로 그 내용을 빼고 회의록을 작성했다면 다른 이사들에게도 이런 사정을 고지하였을 것이나, 이사들은 실제 회의 내용 중 일부 내용이 삭제되어 작성되었다는 식의 말은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해 수원지방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김종인 이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서울고등법원에서 기각결정이 되면서 은혜재단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김종인 이사장은 설립자 측에서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성남지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재 김 이사장 등 3인의 이사들은 양평군청이 인정하고 있는 현 이사장 등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김 이사장이 후임 대표이사 및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종전의 직무를 계속하여 수행할 권한이 인정된다고 손을 들어줬지만 양평군청에서는 김 이사장을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양평군은 보건복지부에 질의를 했고, 보건복지부는 ‘본안소송이 진행 중으로 완료 후 법률관계가 확정된 이후 다시 질의 바람’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자 양평군의 봐주기는 다시 계속되고 있다. 양평군은 여주지원에서 진행 중인 본안 소송 결과가 나와야 행정행위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1심 재판에서 ‘인용’ 결과가 나왔을 때는 신속하게 설립자 편에 서서 행정행위를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김종인 이사장은 “양평군이 일방적으로 설립자 측 편에 서서 행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것”이라면서, “양평군은 이들에 의해 사직이 강요된 직원들의 원상회복과 설립자의 비행을 제보한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회복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김광환, 이하 장총련) 역시 11일 은혜재단 사태해결과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총련은 성명서에서 설립자 부부가 은혜재단을 설립 후 장애수당 착취, 노역, 장애인 개인 돈 횡령 등을 비롯해 드러나지 않는 만행이 자행되어 온 사실을 개탄하고, 특히, 지도감독기관인 양평군청이 법원의 결정도 무시한 채 시종일관 설립자 일가와 관피아 일당을 감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독버섯 같은 파행이 거듭된데 대해 양평군청은 대오 각성하여 은혜재단 설립자 일가, 관피아 일당을 조속히 퇴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설립자 부부는 장애수당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을 각각 선고받았고, 현재 검찰의 항소로 수원지방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1년 이상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은혜재단 사태. 사회복지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설립자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는 양평군이 과연 어떤 길로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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