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 | ||
참여정부는 모두가 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분배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폈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정작 필요했던 것은 성장 잠재력 확충이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루게 해야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가진 사람들을 징벌하는 형태로 조세정책을 강화했다. 그러자 이로 인해 자금흐름이 경색되고 산업투자가 위축돼 거꾸로 실업이 늘고 빈곤층이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만은 살리겠다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방향이 반대일 뿐이다. 출범 당시 우리 경제는 국제유가가 올라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의 증상을 겪고 있었다. 여기에 7% 성장목표에 얽매여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리는 등 성장위주 정책을 폈다. 그러자 국제유가와 환율이 물가를 폭등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켜 스태그플레이션을 본격화하는 화를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는 또 다른 업을 쌓으면 안 된다. 참여정부의 업인 세금폭탄과 자신의 업인 물가폭탄을 함께 제거하고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도록 경제운영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국회에서 부동산 세금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소유자들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부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조치라고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여야가 또 다시 국민 편가르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야는 정치적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경제논리에 따라 모두에게 득이 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고쳐야 한다. 원칙적으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러나 징벌적인 형태로 정상적인 재산형성을 파괴하고 거주자유를 제한하며 경제흐름까지 왜곡시키는 세제는 바꿔야 한다. 따라서 재산수준과 조세부담능력을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선별대출 등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을 강화하고 서민들을 위해 소득세의 감면정책도 과감히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정부와 여야는 물가폭탄을 놓고도 정치적인 공방만 벌여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유가폭등의 충격과 국제금융불안을 해소하고 우리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한 우리 경제가 무엇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 신산업 발전에 대한 근본적 방안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업의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여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