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대단지 임대아파트(위)와 마주하는 난민들의 집(아래).
이 나라 사람들은 이사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늘 주소를 오래 간직하고, 집은 떠난 가족들을 기다리는 장소가 됩니다. 우리는 가족이 늘거나 경제형편에 따라 이사를 자주 하곤 합니다. 집은 가족의 안식처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세계 각 나라가 직면한 문제가 ‘1인 가구’ 트렌드입니다. 혼자서 사는 인구가 자꾸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집은 소유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도시에는 아시아권 도시도 많아졌습니다. 2위 홍콩, 5위 싱가포르, 9위 상하이, 11위 베이징, 12위 도쿄가 순위에 들어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도 주거문제가 심각합니다. 땅값이 너무 올라 젊은 직장인들이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곳의 화두가 ‘얼마나 작은 집에서 인간이 살 수 있을까’라고 합니다. 일본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Hara Kenya)의 베이징 주택 프로젝트는 버려진 창고를 사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최소한의 집이 곧 미래의 집이기 때문일까요.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의 집.
싱가포르도 집값 문제로 젊은 직장인들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말레이시아에 집을 얻어 출퇴근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엥겔지수처럼 수입에서 집값이 차지하는 지수를 따져 봐야 합니다. 한국도 소득 대비 집값이 세계 23위로 상위를 달립니다. 일본인 건축디자이너들이 내놓은 미래의 집들에는 1인 가구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나무로 지은 최소한의 집에는 거실 겸 침실만 있을 뿐입니다.
쿠알라룸푸르 신도시 데사 팍시티의 집들. 단층집, 사무실형 아파트 등 갖가지 형태의 집들을 한자리에 지어 분양한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집에 모든 산업이 담겨 있다’고 말합니다. 미래의 집은 더욱 실용화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아예 집에 관한 다양한 디자인이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신도시 데사 팍시티. 이곳은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집 형태를 골라 입주합니다. 단층 벽돌집에서 콘도식, 각종 디자인의 단독주택, 다양한 저고층의 아파트들이 한자리에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똑같은 아파트 주거단지와는 전혀 달라 놀랍습니다. 디자인의 세상입니다.
깊은 밤, 이사한 집 창가에서 건너편 대나무 집들을 바라봅니다. 캄캄한 집들의 숲에서 고단하게 잠든 사람들. 우리 모두 주소를 갖고 살지만 주소를 옮기고 싶은 사람들. 먹고 자고 생활하는 평범한 일상조차 누리지 못하는 그 최소한의 집. 그 안의 가족들이 절망하지 않기를 새삼 기도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