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슈의 돈 후안의 의문의 죽음을 다룬 FNN 뉴스.
“남편의 몸 상태가 이상해요.” 5월 24일 오후 10시 반쯤 다나베시 소방본부에 119 신고가 접수됐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노자키 사장 부인인 S 씨(22). 출동한 구급대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2층 침실에서 가사도우미가 심장마사지를 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노자키 씨는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경찰이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망 추정시각은 오후 9시경. 혈액과 위 등에서 치사량이 넘는 각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사인은 ‘급성 각성제 중독’이었다. 수사 관계자에 의하면 “신체에 아무런 주사자국이 없어 입으로 섭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 소변에서 각성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섭취 후 사망까지가 극히 짧은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노자키 사장과 50년 지기인 남성은 “평소 ‘각성제는 싫다’고 말하던 노자키였다. 스스로 각성제를 과다 복용해 죽었을 리가 없다”고 증언했다. 노자키 씨의 회사 직원도 “사장은 1년에 건강검진을 2~3번씩 받을 정도로 건강에 무척 신경 썼다. 각성제는 절대 하지 않을 타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노자키 씨 부인과 가사도우미,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소변검사와 구강점막 채취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도쿄에 있는 가족과 지인의 집 등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아직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
‘기슈의 돈 후안 미녀 4000명에게 30억 엔을 뿌린 남자’ 책 표지.
노자키 씨가 세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6년 일어난 도난사건 때문이다. 교제하던 여성이 그의 집에서 현금 6000만 원과 54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이를 계기로 ‘노자키’라는 이름이 언론을 통해 자주 오르내렸다. 그 해 말에는 ‘기슈(지역명·현 와카야마)의 돈 후안, 미녀 4000명에게 30억 엔을 뿌린 남자’라는 책까지 펴냈다.
돈 후안은 유럽의 전설적인 바람둥이다. 노자키 씨는 책에서 스스로를 ‘일본판 돈 후안’이라고 칭하며, 미녀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방법을 공개했다. 가령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그냥 명함만 주면 연락이 오지 않지만, 명함 밑에 1만 엔(약 10만 원)짜리 지폐를 붙여 건네면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2월, 그는 무려 55세나 어린 여성과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불과 결혼생활 3개월 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자연히 세간의 관심은 55세 연하 아내인 S 씨에게 쏠리고 있다. 일본 대중지 ‘주간겐다이’에 의하면, S 씨는 삿포로 출신으로 미용전문학교를 졸업했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자칭 모델’이라는 것 이외에 알려진 정보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결혼 전 노자키 씨에게 친분이 있던 기자가 “좀 더 S 씨의 신원을 알아보는 게 좋지 않느냐”고 조언하자 노자키 씨는 “상관없다.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체는 “S 씨가 키 166cm에 F컵의 글래머 미녀”라고 덧붙였다.
노자키 부부의 모습. 사진=주간포스트
일본 언론들은 “사망 당시 노자키가 하의를 벗은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회사 직원은 “노자키 사장이 대소변 장애가 있어 기저귀를 착용해왔다”고 밝혔다. 그래서 “사장이 기거하는 침실에선 냄새가 진동했으며, 부인 S 씨가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회사 직원은 “S 씨가 노자키 사장으로부터 한 달에 1000만 원씩 용돈을 받았지만 ‘모델 일이 들어왔다’며 도쿄로 상경하는 날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주간포스트’는 유흥업소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어 관심을 모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노자키 사장은 오래전부터 업계에서 유명인사였다”고 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2013년쯤 노자키 사장의 사진이 첨부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이 남자가 결혼상대를 찾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중개자에게 1억 원의 포상금이 나올 것’이라는 거였다. 주로 AV업계와 유흥업소 등에 공유됐는데, 그 중에는 야쿠자(폭력단) 관계자도 있었다.”
노자키 부부와 반려견인 ‘이브’. 사진=주간아사히
노자키 사장이 의문의 죽음을 맞은 지 3주가 지났다. 하지만 점점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경찰이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하고, 죽은 반려견의 무덤까지 파헤쳤으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장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은 22세 부인 S 씨와 가사도우미 여성. 이 둘은 시종일관 무죄를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노자키 사장의 회사 측 관계자는 “지금 생각하면 부인 S 씨의 언동에도 수상한 점이 있다. 싱가포르에서 부인에게 작은 소포가 도착하고, 그 뒤 바로 사장의 애견이 죽었다. 또한 사장이 죽은 직후 S 씨는 가정부와 함께 태연히 고기를 먹는가 하면, 장례식 때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유산 상속 문제다. 토지, 주식, 채권을 다 합치면 노자키 씨의 유산은 최소 50억 엔(약 489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노자키 씨는 두 번의 이혼경력이 있지만, 아이는 없다. 이럴 경우 아내가 ‘4분의 3’을 상속하고, 나머지 4분의 1은 형제가 나누게 된다. 참고로 노자키 씨는 6남매다. 상속받는 아내는 배우자공제 규정에 따라 상속세도 일체 들지 않는다. 즉, S 씨는 실질 1개월 반의 결혼생활로 약 362억 원을 상속받는 것이다.
향후 수사 방향은 어떻게 될까. 경찰은 “S 씨와 가정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사람의 교우관계, 노자키 씨에게 여성을 소개한 알선업체 및 각성제 입수 루트, 반려견의 급사와 노자키 씨 사망의 인과관계 등 다각도로 수사할 방침이다.
‘기슈의 돈 후안’은 과연 누가 죽였을까. 그의 수수께끼 죽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