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플러스, 이랜드리테일 등 유통업체들이 자사 보유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 설립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사진=홈플러스 일반노조 제공
홈플러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매장 80곳 중 40여 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 설립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국토교통부(국토부)로부터 리츠를 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에 대한 예비인가를 획득, 현재 리츠 설립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아울렛 야탑점·평촌점·일산점 3곳을 기초자산으로 설립한 리츠 ‘이리츠코크렙’을 오는 27일 상장한다. 공모금액은 791억 원으로 확정됐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위탁받은 자금을 부동산이나 부동산대출 관련 상품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상장된 리츠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부동산 임대료, 시세 차익, 부지개발 등에 따른 수익을 배당으로 받는다. 유통업체들은 자사 매장을 리츠AMC가 운용하는 리츠에 출자·매각한 뒤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임대료를 지불, 리츠는 이중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배당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함으로써 당장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리츠 설립을 위해선 국토부 승인이 필요하다.
유통업체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러한 리츠 운영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리츠 설립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투자금 회수 시도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MBK는 약 7조 2000억 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 중 차입금 규모는 1조 4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상환 시기가 가까워지자 MBK가 매각 작업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홈플러스 일반노조는 “차입금을 포함해 7조 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전체를 통으로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토지와 건물 등을 순차적으로 분할 매각하려는 것”이라며 “차후 임대료 지급을 위해 직원들 임금·복지를 줄이고 영업이익의 일부를 빼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랜드리테일도 리츠 상장과 관련해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지만, 상장 규모가 작고 최대주주가 경영 의지가 있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지는 않는다. 유종철 서비스산업노조연맹 부장은 “이랜드도 영업이익이 임대료로 빠지는 등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랜드의 최대주주는 장기 경영 의지를 보이는 국내법인이며, 공모되는 주식의 70% 이상은 이랜드리테일이 소유하기 때문에 그 우려가 크진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뉴코아아울렛 야탑점·평촌점·일산점 3곳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를 상장한다. 하지만 적절한 재무구조 개선안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준필 기자.
홈플러스와 달리 이랜드리테일의 리츠 상장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것이 적절한 방안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를 설립한다는 건 영업만으론 수익이 나지 않아 결국 부동산으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그 부동산 임대료를 지급하는 리츠 운영 주체가 부실하면 경영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등의 본질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리츠 설립은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에 불과하다”며 “영업이익을 늘리거나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츠는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삼다보니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 자산을 기초로 하기에 최대주주가 소유 지분을 전부 매각할 시 부동산을 포함한 기업 가치는 저평가돼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대중 교수는 “투자금이 부동산이나 신사업 등에 투입되지 않고, 사모펀드의 차입금 반환 재원으로 사용되는 등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날 경우에도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세 하락도 문제다. 시세가 떨어지면 리츠 청산 시 투자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우려가 있다. 임대료가 떨어질 경우에도 투자자들의 배당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인가에 앞서 리츠를 꼼꼼히 검토하고 있지만 최근 논란에 대해선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가 요건을 평가할 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임차인의 임대료 지급 능력이나 리츠 설립의 정당성, 타당성을 살핀다”면서도 “리츠는 부동산과 연계된 것인데, 영업·노동자 피해 우려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주택시장 침체에 건설사도 리츠 시장 뛰어들어 2016년 대림산업이 건설업계 최초로 리츠 AMC인 ‘대림AMC’를 설립한 후 건설사들도 잇달아 리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사들의 리츠사업은 유통사들의 리츠사업과 다르게 평가된다. 건설사들이 리츠를 통해 부동산투자로 수익을 거둔다는 점은 유통업체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자사가 시공하는 건물에 대한 자금을 리츠를 통해 미리 마련할 수 있다. 업종 특성상 건설사와 리츠사의 관계는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대림AMC는 지난해 말 천안 원성동 재건축과 부산 우암2구역 재개발에 대한 사업기획과 자산관리를 도맡기로 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인천 도화1구역 재개발 기업형 임대사업자로도 선정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계열사인 HDC자산운용을 통해 리츠 AMC 자격을 인가받으면서 대림AMC를 뒤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월 한국리츠협회에 특별회원사로 가입해 리츠 시장 동향 파악에 나서고 있다. 향후 리츠 AMC 설립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견건설사 한양도 과거 대림AMC를 이끌었던 서홍 전 대표를 주택사업본부장에 앉히면서 리츠 사업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리츠 시장 진출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한 사업다각화 노력으로 풀이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설사 입장에서 리츠 사업은 자산관리회사만 설립하면 그 이후엔 투입되는 자본이 적어 매력적으로 평가된다“며 ”요즘처럼 주택시장 침체와 해외수주 감소로 건설경기가 안 좋을 때 건설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리츠 사업에 뛰어든다“고 설명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