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사실 나는 달러 쓸 일이 별로 없다.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공부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씩 가게 되는 외국여행은 안가면 되니까. 특별히 ‘일’이 아니면 당분간 해외여행을 삼가기로 했다. 아마 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가 많아 중소여행사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모양이다. 한숨만 나온다. 이래저래 세상이 아우성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위기는 유럽으로 번지고 아시아로 번진다. 벌써 EU는 뭉치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똘똘 뭉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반 토막 나고 있다. 저 도미노가 우리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위기다.
현대사회에서 나라의 주권은 단순히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서 있다. 중요한 기업이 팔리는 그만큼 나라가 팔리는 것이다. 달러가 천정부지로 오르면 알토란 같은 기업들도 쉽게 매각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10여 년 전 IMF 때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가 배운 것이 아닌지.
사실 나는 경제를 잘 모른다. 그렇게 많은 책과 살고 있는데도 내가 보게 되지 않는 책이 경제경영서와 자기개발서다. 그런 내게도 지금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느낌이 있다.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희망도 없는데 가위눌림 같은 몸짓을 하는 이도 안쓰럽고, 혼자만 잘살겠다고 은행을 기웃거리며 달러를 사 모으는 사람들도 싫다. 그들은 그 이기성으로 경제적으로 잘 살 수는 있을는지는 몰라도 심리적으로 더 중요한 걸 잃게 될 것이다.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다. 너희 경제를 구할 것은 너희 나라의 경제구조가 아니라 10여 년 전 금모으기 운동을 했던 너희나라 사람들의 그 정신이라고. 달러가 오를 것이라고 자꾸자꾸 달러를 사들이고, 달러가 오르길 기다리면서 장롱 속에 달러를 보관해 놓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지금 애국의 출발점은 장롱에서 잠들어 있는 달러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런 애국심에의 호소는 자본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정책으로, 가시적인 시책으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부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 말이 대책인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정부다. 나는 궁금하다. 그 많은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 많은 통상전문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 많은 경제학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점검하고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여야정치권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