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전임 사령탑인 선동열 감독과 국가대표 코치진인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 이종범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유지현 LG 수석코치,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진갑용 삼성 배터리 코치, 김재현 SPOTV 해설위원이 머리를 맞댄 끝에 투수 11명, 포수 2명, 내야수 6명, 외야수 5명을 최종 선발했다.
팀별로는 두산 선수가 6명으로 가장 많다. LG 5명, SK와 KIA가 각 3명, 넥센과 삼성이 각 2명을 배출했다. 한화, 롯데, NC 선수는 1명씩만 뽑혔다. KT는 유일하게 한 명의 국가대표도 포함시키지 못했다. 선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하려고 했다.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실력으로 선발했다”고 했다.
선동열 감독. 연합뉴스
# 군 미필자는 7명, 16년 만에 한 자릿수
4년마다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를 선발할 때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군 미필 선수 가운데 누가 대표팀에 승선하느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얻을 수 있는 병역 대체복무 혜택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는 한국보다 한 수 위인 일본이 최정예 대표팀을 파견하지 않는다. 대만 야구는 늘 한 수 아래로 평가돼 왔다.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고 있고, 역대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이 대회를 통해 군 대체복무 혜택을 얻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은 아직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각 구단 젊은 선수들에게 야구 인생이 걸린 중요한 기회이자 목표다. 구단들도 마찬가지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주축 선수들을 2년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소속 미필 선수가 단 한 명이라도 더 포함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에 포함된 병역 미필 선수는 24명 가운데 7명뿐이다. 투수 최충연(삼성) 함덕주 박치국(이상 두산), 내야수 박민우(NC) 오지환(LG) 김하성(넥센), 외야수 박해민(삼성) 등이다. 2002년 부산 대회에 병역 미필 선수 4명을 내보낸 이후 가장 적은 인원을 선발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은 이번 대회에서 소속 선수의 병역 대체복무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은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에서 22명 전원을 미필자로 구성했다. 금메달을 획득해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02년 부산 대회는 이례적으로 적었지만, 2006년 도하 대회(14명)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11명)를 거쳐 직전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13명)까지 모두 10명 이상의 미필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냈다. 16년 만에 미필 선수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 셈이다.
LG트윈스 오지환. 연합뉴스
# 오지환 승선, 하지만 여전한 논란
하지만 아이러니가 있다. 이번 대표팀은 눈에 띄게 적은 수의 미필자들을 선발하고도 오히려 가장 거센 ‘미필자 배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여겨졌던 오지환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1990년생인 오지환은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 상무 야구단 입대를 포기했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못했다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할 처지였지만 스스로 모험을 택했다. 오지환과 동갑인 박해민 역시 경찰야구단 입대 대신 아시안게임 출전에 도전했다가 “병역 의무를 고의로 기피한다”는 이유로 한데 묶여 함께 비난을 받았다. 어쨌든 둘 다 절박하게 올 시즌을 치렀고, 나란히 대표팀에 뽑혀도 무방할 만한 좋은 성적을 냈다. 그래도 일부 야구팬들은 선동열 감독의 선택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그 성토는 대부분 오지환 쪽을 향해 있다.
이유가 있다. 선 감독은 오지환과 박해민을 주전이 아닌 백업 요원으로 뽑았다. 오지환은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뒤를 받치게 되고, 박해민은 경기 후반 대수비나 대주자로 활용하게 될 선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평가가 달라진다. 실제로 박해민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을 만큼 발이 빠르고, 중견수 수비는 국내 최정상급 수준을 자랑한다. 선 감독이 원하는 대주자 혹은 대수비 스페셜리스트에 최적화된 선수다. 하지만 오지환은 유격수 한 포지션만 맡을 수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보통 내야 백업 요원은 경기 후반 여러 변수를 고려해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로 뽑는 게 일반적이다. 오지환은 그렇지 않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를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현재 내야수 후보들 가운데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 포지션이라도 잘하는 선수를 뽑았다”고 했다.
하지만 불씨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병역을 기피한 오지환의 아시안게임 출전을 막아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을 정도다. 선 감독은 거듭 “처음부터 최고의 대표팀을 뽑겠다고 얘기했다”며 “미필 선수 부분도 크게 염두를 두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보다는 8월의 인도네시아가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덥고, 8월 중순이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칠 때라고 판단해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뽑았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당시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이정후.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이 야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국제대회는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다. 한국, 일본, 대만이 24세 이하 혹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로만 젊은 대표팀을 구성해 친선 경기를 치렀다. 성적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각국이 차세대 국가대표 주전들을 발굴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에서 뛸 기회를 주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당시 출전한 한국 APBC 대표팀은 유독 완벽한 팀워크와 불타는 투지로 박수를 많이 받았다. 일본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APBC가 끝난 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엔트리를 짤 때, 다른 선수와 실력이 비슷하다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PBC에 출전한 25명 가운데 24인 엔트리에 최종 승선한 선수는 함덕주, 임기영(KIA), 박민우, 김하성 네 명뿐이다. 109인 예비 엔트리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지만, 그 가운데 15명이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탈락했다.
대부분의 선수가 부상과 부진 때문에 올 시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탓도 있다. 특히 마운드의 주축으로 여겨졌던 박세웅과 박진형(이상 롯데), 장현식(NC)은 이번 시즌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하다 최근에야 복귀했다. 실전 감각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선 감독은 “APBC에 젊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갔는데, 아직 기량이 검증되지 않아 이번 대회에 그 선수들을 많이 뽑지 못했다. 대표팀 감독이 아닌 야구인, 선배로서 안타깝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예상을 벗어난 탈락자는 넥센 외야수 이정후와 삼성 사이드암 심창민이다. 둘 다 군 미필자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이정후는 올 시즌에도 팀의 리드오프로 활약하면서 지난해 못지않은 활약을 해왔다. APBC 대만전에서도 결승타이자 한국의 유일한 적시타를 때려내며 펄펄 날았다. 이종범 국가대표 코치의 아들이기도 하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해 “이정후는 마지막까지 고민한 후보다. 하지만 외야에 좌타자가 너무 많아서 발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외야에서는 박건우(두산)가 유일한 우타자다. 코치진 회의 때도 좌익수 김현수(LG), 우익수 손아섭(롯데)을 두고 중견수 파트를 고민했다”며 “결과적으로 타격 쪽에서 오른손 타자가 한 명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마지막에 이정후가 그 문제로 탈락해 나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심창민도 올 시즌 사이드암 투수들 가운데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지만, 대표팀에 승선한 잠수함 투수 3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APBC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상대 타선을 제압했던 군필자 임기영이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한국의 유일한 적수로 여겨지는 대만전을 대비한 카드로 보인다. APBC 마무리 투수로 좋은 기량을 보였던 장필준(삼성)의 경우 대표팀에 자리가 부족해 최종 티켓을 얻지 못했다.
# 박치국 깜짝 발탁, 아마추어는 전무
반대로 APBC에 출전하지 못하고도 올 시즌 활약이 눈에 띄어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도 있다. 프로 3년 차인 오른손 최충연은 올해 삼성 불펜의 허리를 든든히 지켰다. 프로 2년 차인 사이드암 박치국도 불펜이 유일한 약점이던 두산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선 감독은 “심창민과 박치국을 비교했을 때, 성적만으로는 심창민이 낫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중요한 연투 능력 부분에선 박치국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도 박치국이 앞서 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선택했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를 제외한 불펜 투수가 4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연투 능력’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였다는 의미다.
대신 이번 대회에 아마추어 선수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프로 참가가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야구 대표팀이 아마추어 선수를 한 명도 뽑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 감독은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님께 ‘이번에 우리 대표팀이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허락해 주셔서 프로 선수로만 대표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최종 엔트리 24인은 확정됐다. 대표팀은 8월 18일 소집돼 잠실구장에서 합동훈련을 한 뒤 8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이동할 계획이다. 합동훈련 기간이 5일뿐이라 기술 훈련보다 체력 회복 훈련에 힘쓸 예정이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개막까지 두 달 정도가 남았다. 대표 선수들이 그때까지 기량을 잘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 각 구단에 부탁해 선수들을 보호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
마지막 3경기를 지켜라! 선발투수 ’1+1 카드‘ 만지작 ‘선동열호’가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마지막 3경기에서 승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회 일정상 한국이 마지막 사흘 동안 일본, 대만과 연속 격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는 역대 가장 많은 국가가 출전한다. 한국 일본 대만 중국 홍콩 파키스탄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라오스 등 11개국이 아시아야구연맹(BFA)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종전 최다는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 참가한 8개국. 이번 대회에는 기존 8개 국가에 개최국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스리랑카가 합류한다. 참가국이 늘면서 대회 일정이 일부 변경됐다. 11개국 가운데 아시아 랭킹 하위 4개국이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예선 라운드를 치러 본선 라운드에 진출할 1개 팀을 가린다. 예선을 통과한 국가는 26일부터 28일까지 나머지 7개국과 2개 조로 나뉘어 풀리그 형식의 본선 1라운드를 거친다. 이전 대회 성적에 따라 1·4·5·8위와 2·3·6·7위가 각각 한 조로 묶인다. 지난 인천 대회에서 한국이 금메달, 대만이 은메달, 일본이 동메달, 중국이 4위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1라운드에서 중국과 같은 조에 편성되고 대만과 일본이 다른 조에서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각 조 1위와 2위 팀이 본선 2라운드인 ‘슈퍼 라운드’에 진출한다. 30일과 31일 열리는 슈퍼 라운드는 각 조 1위 팀이 1승을 안은 상황에서 다른 조 2위 팀과 경기하는 방식이다. 이때 한국은 반대 조 1위와 2위가 유력한 대만, 일본을 이틀 연속 만나게 된다. 대망의 결승전과 3~4위전은 다음 날인 9월 1일 열린다. 결국 사흘 연속 절대 패하면 안 되는 경기가 열리는 셈이다. 국제대회에서 늘 한국을 괴롭히는 대만과 3일 사이에 두 번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가장 부담이다. 이 때문에 선동열 국가대표 전임감독은 마지막 세 경기에 대표팀에서 가장 강한 투수들을 투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트리에 선발된 선발 투수 6명을 최종 세 경기에 ‘1+1’로 기용하는 전략이다. 먼저 내세운 선발 투수가 부진할 경우 곧바로 다른 투수를 출격시켜야 경기 초반 흐름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결승전 선발은 단연 왼손 양현종(KIA)이 유력하다. 지난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양현종은 명실상부한 이번 대표팀 에이스다. 또 다른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이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선 감독은 “김광현은 ‘이번 대회에 나가서 한 경기라도 던지고 싶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첫 해라 구단이 관리를 하는 투수다. 국제대회가 올해만 있는 게 아니고, 더 큰 대회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며 탈락 배경을 설명했다. 슈퍼 라운드 두 경기는 임찬규(LG)와 이용찬(두산)이 유력한 선발 후보다. 왼손 강속구 투수인 차우찬(LG)이 이들 뒤에 대기하게 된다. 사이드암 투수에 약한 대만전에는 박종훈(SK)과 임기영(KIA)이 앞장설 수도 있다. 뒷문은 물론 왼손 마무리 정우람(한화)이 지킨다. 올 시즌 독보적인 세이브 1위 투수다. 중요한 경기에서 마지막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