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 부인 심상애 씨와 함께 기쁨을 표하고 있다.
# 완전히 ‘디비진’ 부산···오거돈, 4수 끝에 도전 성공
부산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재선에 도전한 서병수 시장을 ‘55.2 대 37.2’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눌렀다. 오 당선인은 지난 2004년 재·보궐선거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 야권단일후보로 시장에 도전했지만 서병수 후보에게 아깝게 패했다.
3전4기로 부산시장의 꿈을 이룬 오거돈 당선인은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평화의 시대에 부응하는 부산시장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의 결과”라며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시민행복 시대가 열린다. 23년간의 부정부패와 차별, 불통의 시정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밝혔다.
오거돈 당선인의 승리는 그동안 동고동락을 함께한 가신그룹과 힘을 싣기 위해 적극 나선 시당, 그리고 지난 2016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부산지역 의원들의 합작품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회에 새롭게 입성한 부산 5인방인 김영춘·김해영·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등이 지역기반을 잘 닦아놓은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앞선다. 물론 조용우 선거캠프 대변인 투입 등 시당의 전폭적인 지원도 간과하기 힘들다.
하지만 선거운동기간에 불거진 일부 가신그룹 참모진의 ‘불통’과 관련한 논란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특히 이 논란은 “불통을 없앨 것”이라고 공언해온 오 당선인이 향후 시장 취임과 맞물려 단행할 인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부산시의 정책에도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오거돈 당선인은 가덕도신공항을 재추진할 뜻을 공약으로 밝혔다. 이에 반해 부산시는 그동안 김해신공항 확장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왔다. 특히 정부가 김해신공항에 5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키로 한 점은 오 당선인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BRT 유지 여부를 비롯, 해수담수화 문제, 2030등록엑스포 입지 문제, 돔구장 건설 등도 새로운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부산의 변화는 비단 시장 권력의 교체에 그치지 않았다. 16개 자치구군 가운데 서구와 수영구, 그리고 무소속 오규석 군수가 연임에 성공한 기장군 등 세 곳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여당이 승리했다. 동구와 사상구 등 일부지역을 빼놓고는 득표수도 꽤 차이가 났다.
더욱 괄목할 만한 변화는 부산시의회에서 나타났다. 부산시의회는 그동안 보수정당 일색이었다. 선출직은 여당에서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선거에서 90%나 갈아치웠다. 재선과 삼선의 관록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 시의원들이 추풍낙엽처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떨어졌다.
# 드루킹 의혹도 침몰시킨 김경수 대세론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 연합뉴스
경남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다. 실제 당선예측방송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여유 있게 이겼지만, 개표 이후 상황은 조금 달랐다. 개표 초반에는 김태호 후보가 앞서면서 김경수 후보 측을 긴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개표 중반이 가까워지자 김경수 후보가 역전하더니 결국 승리를 따냈다.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김경수 당선인이 이 한 번의 승리로 인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인 등과 함께 대권잠룡으로 곧바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선거기간 줄곧 그를 괴롭힌 드루킹 의혹을 물리친 부분에도 눈길이 간다.
노무현과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로 잘 알려진 김경수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하며 “새로운 경남을 건설하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쳤다. 서부경남인 고성에서 출생해 진주에서 자란 그는 민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지역에서 김태호 후보와 표를 나누고 젊은 유권자들이 많은 동부경남에서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받으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경수 당선인은 “경남도민의 위대한 승리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승리”라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달려 나와 민주주의를 지켰던 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울 때 수도권과 쌍벽을 이루며 경제를 떠받쳤던 경남의 자랑스러운 제조업 역사도 새로 복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와 사저가 있는 양산에서는 여당 후보인 변광용·김일권 후보가 당선됐다. 김해에서는 허성곤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경남 제일의 도시 창원에서도 허성무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서부경남에서는 대부분의 시군에서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여당으로서는 경남에서 확실한 ‘동고서저’의 정치적 지형을 느낀 셈이다.
# 현역 김기현 삼킨 문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당선인은 울산에서는 이보다 8번이나 낙선한 정치인으로 더욱 많이 알려졌다. 송 당선인은 1992년 이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무소속 후보로 무려 26년의 세월을 보냈다. 특히 송 당선인은 울산에서 진보진영의 이름을 걸고 계속 출마하면서 ‘울산의 노무현’이란 별명도 얻었다.
송 당선인은 승리를 확정한 이후 배포한 소감문을 통해 “이 순간부터 모든 것을 잊고 대화합의 시장이 되겠다. 통합과 협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기존 3대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켜 나가는 동시에 4차 산업 육성과 북방경제교류에도 선두주자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한편 여당의 강세는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부산 해운대을은 윤준호 후보, 경남 김해을은 김정호 후보, 울산 북구에서는 이상헌 후보가 각각 당선되는 등 민주당이 승리를 독차지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