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사막 위의 외딴 고속도로에서 주류판매점을 운영하는 프레드 가버트(54)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민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한적한 위치 탓인지 장사가 영 신통치 않았던 것.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그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이베이’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에게 눈에 확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바나나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수년 동안 모아왔던 바나나 기념품들을 무더기로 내놓았던 것이다.
바나나 기념품을 경매 사이트에 내놓은 사람은 한때 ‘세계 바나나 박물관’을 운영했던 켄 배니스터였다. 캘리포니아주 앨터디너를 거쳐 모하비 사막 헤스페리아에서 2010년까지 ‘바나나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일했던 그는 퇴거 명령을 받은 후 더 이상 박물관을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지금까지 모았던 바나나 기념품들을 몽땅 처분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가 가버트에게 처분한 2만 개가 넘는 바나나 기념품들의 가격은 7500달러(약 800만 원)였다.
이렇게 해서 바나나 기념품들의 주인이 된 가버트는 주류판매점이 위치한 건물 안에 새롭게 바나나 박물관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파리만 날리던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던 것. 바나나도 구경할 겸 술도 살 겸 찾아오는 사람들 덕분에 대박이 나서 싱글벙글하는 가버트는 “바나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사과나 아보카도 박물관이라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을 것이다”라며 기뻐하고 있다. 출처 ‘내셔널 인콰이이러’.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