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회담을 이뤄 양국의 후속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북한과 미국의 통수권자가 싱가포르에서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합의문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양 정상 간 이면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최소한의 비핵화 명제로 꼽히던 미국이 강조해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합의문에서 빠진 것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북미회담의 성과 확대 해석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역시 경제적 지원이나 제재완화에 대해 어떠한 것도 언급한 바가 없어, 두 정상이 북미관계에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 호기심이 증폭된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북한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 지 이목이 집중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어떤 선물보따리를 국제 사회에 보여줄지에 대해 특히 관심이 집중된다. 북한은 우선 외교적 부담 없이 미국과 세계에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것부터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 여론과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권부분에 대해 북한이 액션을 취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명하다.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북미는 정상회담에서 “전쟁 포로와 전투 중 실종자 유해를 발굴하고, 이미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즉각 송환한다”고 합의했다. 현재 북한에는 5300여 구의 미군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 전사자 유해 수습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보수성향 지지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고, 경제적 위기에 몰린 북한으로서는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 또 유해 수습을 위해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인원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관계개선의 물꼬를 틀 기회라고 평가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퍼포먼스를 취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유해발굴이다. 시신 한 구당 3000달러 이상으로 돈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 양국이 방문외교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평양에 갈 것이며, 김 위원장을 적절한 시기에 백악관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은 첫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에 이른 만큼, 후속 이행을 위한 정상회담을 열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앞의 안 소장은 “방문외교를 통해 북미간 관계개선을 보여줄 것이고, 뒤이어 핵사찰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첫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CVID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번 회담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미국 대선이 있을 2020년에는 회담의 최종결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