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물산에 대한 정밀감리를 벌이고 있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리와 관련해선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물산 측도 감리 진행 상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가 옛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회계 처리 여부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사진 삼성물산 사옥 전경. 일요신문 DB.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기업가치 제고 등을 합병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지난 2년간 매출은 28조~29조 원으로 합병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 합병 과정에서 일부 사업부를 정리한 것이 연결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을 개연성은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삼성물산에 대한 정밀감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 복수의 관계자는 “진행 중인 감리와 관련해선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성물산 측도 감리 진행 상황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감리가 옛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회계 처리 여부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물산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1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위반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최고 수위 징계인 대표이사 고발 등을 포함한 조치사전통지서(통지서)를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금융위)에 통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즉각 반발하고 “행정소송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손을 떠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위반 사건은 감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 공이 넘어갔다. 증선위 위원장을 겸하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균형된 결론을 내리겠다”며 “증선위의 모든 판단과 결정은 어떤 선입견도 없이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증선위는 지난 12일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도 검토하겠다”며 합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자료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핵심 쟁점인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한 부분에 대해 “실수였을 뿐 고의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반면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위반이 사실상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사정에 밝은 복수의 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회계 처리에서 회계 기본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회계 처리에서 회사는 손실을 우선 반영하고, 이익은 나중에 인식해야 한다. 2016년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 받은 대우조선해양도 손실은 숨기고 이익은 미리 반영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요신문DB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같은 해 삼성물산 회계에 반영됐다. 2015년 삼성물산은 2조 7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나타냈다. 다음해인 2016년 208억 원으로 급감한 당기순이익은 2017년 4800억 원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1분기에도 404억 원의 적자를 냈다. 2017년 12월 기준 4조 8824억 원이었던 장부가액은 지난 3월 기준 4조 6769억 원으로 하락했다. 시가를 반영하지 않은 순자산지분가액도 같은 기간 4653억 원에서 2877억 원으로 감소했다.
삼성물산 관계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외하고 순자산지분가액과 장부가액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삼성물산이 투자한 발전사 동두천드림파워는 장부가액(442억 원)이 순자산지분가액(693억 원)보다 낮다. 동두천드림파워는 지난 3월 기준 비유동자산이 1조 4000억 원에 달했지만 부채가 많고 수익성이 낮아 장부가액이 낮게 평가됐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낮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가 반영돼 장부가액이 높게 평가됐다. 문제는 이 미래 가치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후 결과적으로 시가총액이 장부가치를 상회하기 때문에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금감원 안팎에선 처음부터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를 염두에 두고 ‘사전 작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SK그룹 지주사인 SK㈜와 SK C&C 간 합병 과정의 회계 적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감리를 진행했는데, 마찬가지로 삼성 지주사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를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회계 위반 결론을 낸 이상 모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리 결과는 예정돼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에 우호적인 재계 인사들은 “청와대의 삼성 때리기가 과도하다”며 반발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는 빠르면 3개월, 늦어도 1년 안에는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일반 기업에 대한 회계 감리가 3~6개월 내에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감리 기간이 길수록 회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삼성물산 감리에선 2015년 4월 한화로 매각된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과 관련한 회계 처리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증선위가 오는 7월 최종 심사에서 금감원의 손을 들면 삼성으로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뿐 아니라 삼성물산까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또 금감원이 보험업계에 대한 감독 강화로 삼성생명까지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고민은 그만큼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증선위 ‘삼바’ 결론 고심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위반 여부에 대해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6월 7일과 6월 12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안에 대한 금융감독원 보고 및 회사와 감사인의 소명을 청취하였다”고 밝혔다. 또 증선위는 “6월 20일 정례회의에서 쟁점별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 확인을 일단락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측은 “절차에 따라 공정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금융위 안팎에선 증선위가 금감원이 감리한 2015년 이전의 자료를 요구한 것을 근거로 삼성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회계 위반 시점이 2015년이 아닌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삼성의 고의성이 그만큼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은 줄곧 회계 위반에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반면 금융위에선 섣불리 삼성의 손을 들었다가 정치적 후폭풍에 휩싸이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위는 앞서 삼성의 회계 처리 위반 심의와 관련해 “감리위원회에선 단일 의견이 도출되지 못했다”는 입장 자료를 낸 바 있다. 즉 최고심의기구인 증선위에서도 위원 간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폭탄’을 누가 껴안느냐”라며 “회계 위반이라면 증선위가 직접 고발해야 하고, 만약 증선위가 고발하지 않으면 심리에 참여한 위원들이 삼성을 봐줬다는 이유로 정치권에 의해 고발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