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DB
서울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패배한 서초구청장. 이곳에서 조은희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1% 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한국당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중 강남구와 송파구까지 민주당에 뺏겼지만 서초구는 지켜냈다. 조은희 당선자는 승리의 이유를 ‘서리풀 원두막’ 등 생활밀착형 행정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부 유권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한 서초구민은 “조은희 후보는 이미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을 세밀한 공약으로 뒷받침한 반면, 이정근 후보의 공약은 딱히 서초구민에게 와닿지 않는 내용이었다. 공약집에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후보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구민은 “언론이 보수 집결 역시 서초, 이런 소리 하지 말고 민주당 낙하산 공천의 문제점, 선거운동 실패, 연임 구청장의 실적 등을 제대로 취재해 보도했으면 좋겠다. 이후 양당의 공천심사에도 도움이 되게”라며 공천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무소속 박우량 후보가 당선된 전남 신안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 천경배 후보가 14.4%라는 낮은 득표율로 무소속 후보 2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집권 여당이 공천한 후보가 2위와도 14% 포인트 이상 쳐지는 결과를 낸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심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임흥빈 전 도의원은 민주당이 추미애 당대표실 천경배 부실장을 전략공천하자 이에 반발해 탈당하며 “추 대표와 이개호 도당위원장이 공당을 사당화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공천의 근거가 어찌 됐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목적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가 10%대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패배한 것은 당이 지역 민심을 잡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광양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무소속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광양은 민선 5기부터 두 번 연속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에 승리를 거둬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될 거라는 예측이 높았다. 민주당도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박영선, 이인영, 안민석, 김두관, 송영길, 김태년, 표창원, 이종걸 등 내로라하는 스타 국회의원이 광양을 찾아 유권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김재무 후보 지원 유세에서 스타애니랜드, GTX, 해양산업클러스터 등의 공약에 힘을 실어주기까지 했지만 이런 노력에도 김재무 후보는 무소속 정현복 후보에게 1만809표 차, 무려 13.2%의 격차로 대패했다.
광양은 지난 대선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보인 곳이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는 유권자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 공천 시스템의 맹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한 유권자는 “민주당은 이번 지선을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으로 승리했다.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뒷받침하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민심과 동떨어진 후보를 내고 찍으라는 것은 오만”이라면서 “더 중요한 2020년 총선이 불과 2년 남았는데 계속해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결과는 반복될 것”이라고 매섭게 경고했다.
15일 추미애 대표는 “승리에 도취해 자만하지 않겠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지방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패배한 지역의 민심을 세심히 살펴, 보다 나은 적임자를 찾음으로써 차기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품격을 지켜나갈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