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느긋하게 걷는 ‘산림욕’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어릴 때부터 숲을 즐겨 찾았던 아이븐스는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 또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런던 근교에 있는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숲 속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위로를 받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 틈나는 대로 숲이나 연못을 찾아가 산책을 하곤 했던 그녀는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한동안 이런 여유를 누리지 못했다.
직장에 취직한 후부터는 매일 회색빛 사무실 안에 갇혀 보냈으며, 통근 지하철 안이나 담배 연기 자욱한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것도 아니면 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는 점차 쌓여갔고,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됐다. 그녀는 점점 지쳐갔다.
그녀가 마침내 다시 숲으로 돌아간 것은 34세 때였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숲의 마력을 다시 일깨워준 것은 일본에서 만난 한 가이드였다. 지치고 우울해하고 있던 그녀에게 가이드는 ‘산림욕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제의를 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다시 대자연 속으로 돌아갈 때가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1980년대 범국민적으로 ‘신린요쿠(산림욕) 운동’을 시작했던 일본 정부는 당시 시간과 예산을 들여서 산림욕과 관련된 연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었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 얻는 다양한 장점들, 특히 숲이 건강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으며, 일본인들이 밖으로 더 많이 나가도록 관련 공중보건계획도 세웠다.
이처럼 산림욕이 대중화된 일본에서 아이븐스는 마침내 깨달았다. 산림욕을 하면 단기적으로 기분이 좋아질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정신 및 육체 건강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이에 따라 아이븐스는 자신의 저서 ‘포레스트 테라피’에서 다음과 같은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여덟 가지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1. 정신적 피로감이 줄어든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정신적 과부하’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가령 현대인들은 너무 자주 ‘예’라고 대답하고, 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으며, 모든 일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열성적이고, 그리고 그 때문에 금세 지쳐버리곤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환경심리학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기를 회복시키는 자연환경, 이를테면 숲, 호수, 해변 등을 가까이 하면 고갈됐던 정신 에너지가 재충전된다.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고 느낄 경우 뇌가 2차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잠깐이라도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경우, 단기기억력도 향상된다. 미시간대학이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런 점이 잘 나타나 있다. 연구진들은 우선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한 다음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산책을 나가도록 했다. 한 무리는 숲 속에서 산책을 하도록 했고, 다른 무리는 도심 속을 산책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돌아왔을 때 다시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 숲을 걷고 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점수가 20% 더 높게 나온 반면, 도심을 걷다 온 사람들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2. 창의력이 증가한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은 야외 활동을 할 때 더 빨리 떠오른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미시간대학의 환경심리학자들은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쳐있던 뇌가 회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이 만든 현대적 환경의 습격으로부터 잠시나마 휴식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휴식을 취한 뇌는 어떤 문제에 대해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자연 속에서 뇌는 반응에 더 민감해지고, 공상을 하면서 돌아다님으로써 창의력 또한 향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학자들은 심지어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낼 때 나타났던 긍정적인 효과가 다시 실내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중요한 아이디어 회의를 앞두고 공원을 산책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
‘공공과학도서관저널’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하다. 4일 동안 자연 속에서 보낸 사람들의 경우, 창의력 검사에서 점수가 예전보다 무려 50%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자연과 창의력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3.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숲 속을 산책하면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혼자서 해변을 따라 걸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덩달아 우울한 기분도 사라진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됐다.
‘환경과학 및 기술’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은 숲을 걸으면 어느 정도 완화된다. 또한 ‘세계기부장애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숲뿐만 아니라 모든 초록색의 자연 환경은 기분과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이 둘은 개인 행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또한 이밖에도 물(호수, 강, 바다)을 가까이 하면 행복한 감정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된다.
4. 면역력이 강화된다
3만 1000명의 토론토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설문조사는 가로수가 울창한 도심 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심장 건강과 신진대사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보건 및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피톤치드에 둘러싸여 생활하면 세포 활동이 촉진되면서 전체적인 면역력이 증대된다. 이에 따라 독감, 기침, 감기 등에 잘 안 걸리게 된다.
또 다른 연구는 수술 후에 초록색 자연을 얼마나 더 많이 보느냐에 따라 환자의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츠버그대학의 연구진들은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자연광에 더 많이 노출된 환자들일수록 스트레스가 적고, 통증을 덜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진통제도 덜 사용했다.
그런가 하면 나무 전망이 있는 병실에 있던 환자들이 벽돌 담 전망을 보고 있던 환자들보다 회복이 더 빨랐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5. 운동성이 증가하고, 심혈관계가 건강해진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 꼭 바깥으로 나갈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몸과 뇌는 체육관 안에서 운동을 할 때보다 자연 속으로 나가 운동을 할 때 더 많이 활성화된다. 이는 영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000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확실히 실내보다 야외에서 두 배 더 활동적이었다.
야외에서 운동을 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운동이 운동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체중 감량을 목표로 일시적으로 하는 강도 높은 운동이 아니라, 몸에 익은 생활 습관처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가령 동네 공원에 나가 친구와 함께 파워 워크를 하거나, 나무 아래를 걸으면서 변하는 계절을 몸으로 느끼거나, 신선한 공기를 피부 깊숙이 들이마시는 것이 체육관 안에서 얼굴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수시로 시계를 쳐다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6.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자연 속에서는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한다. 자연만큼 훌륭한 치료제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연구들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령 숲 속에서 운동을 하면(또는 그냥 앉아만 있어도) 혈압이 내려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가 줄어들면서 기분이 진정된다.
‘스칸디나비안 숲 연구 저널’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틀 동안 숲 속에서 캠핑을 한 학생들의 경우, 그냥 도시에 머물러 있었던 학생들보다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 눈에 띄게 코티솔 수치가 낮아져 있었다. ‘환경보건 및 예방의학저널’의 연구진들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에서 벗어나 숲 속에서 보낸 사람들의 경우 코티솔 수치와 심박수가 모두 낮아졌다.
7. 시력이 좋아진다
눈건강을 위해 당근을 많이 먹거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더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호주의 연구진들은 2년에 걸쳐 2000명의 어린이들을 추적 관찰했고, 그 결과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일수록 근시로 발전된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만의 연구진들은 서로 이웃하고 있는 두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시 비율을 관찰했다. 그리고 1년 동안 한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특히 바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차이는 뚜렷했다. 12개월 후, 학생들의 시력을 검사했더니 야외활동을 많이 한 학교의 학생들의 경우 근시율이 8.41%였던 반면,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학교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17.6%로 나타났다.
비록 두 연구 모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되긴 했지만, 야외 활동과 시력 간의 상관관계를 나타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8. 통증이 완화된다
‘킹스 펀드’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야외 활동 가운데 특히 정원일은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신적, 육체적 이득을 가져다 준다. 이른바 ‘원예 치료법’이다.
이는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실험 결과가 잘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주기적으로 손으로 잡초를 잡아 뽑을 경우, 관절의 불편함과 뻣뻣함이 완화된다. 또한 ‘원예 치료’는 기타 병이 있거나 혹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치매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정원을 가꾸는 활동을 통해 기억력이 향상되고,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는가 하면, 가벼운 운동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산림욕 제대로 즐기는 법 “휴대폰은 잠시 꺼두세요” 산림욕은 숲 속을 두 시간, 혹은 그 이상 동안 느긋한 속도로 걷는 것이 기본이다. 이때 휴대폰 전원은 꺼두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 환경에 집중하면서 자연 속으로 온전히 녹아들 수 있다. 숲 속을 걸을 때는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평소 이렇게 걷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할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 걸으면서는 발이 땅에 닿는 감촉을 느끼도록 한다. 또한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계속해서 몸의 균형을 잡도록 노력한다. 경직되어 있거나 통증이 있는 신체 부위가 어딘지 깨닫고 의식적으로 그 부위의 긴장을 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걸을 때의 기분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음이 고요한지, 복잡한지, 우울한지 귀를 기울여라. 또한 현재 걷고 있는 공간을 느끼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온을 온 몸으로 느껴라. 가능한 조용히 걷되, 걷는 동안에는 발목, 피부, 종아리, 무릎, 허벅지, 엉덩이, 골반, 등, 가슴, 어깨, 팔, 목, 머리 등 천천히 모든 신체 부위에 점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