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이 지난 20일 4·24 재보선 에 나설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주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미국의 이라크 침공 관련 기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멘트가 최근 정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코앞에 닥친 4·24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민주 한나라 양당 내에서 끊이지 않는 탓이다. 두 개의 지역구와 지방자치단체장 두 자리의 주인을 정하는 이번 선거에서 단연 정가의 관심은 지역구 보궐 선거쪽에 쏠려 있다.
오는 4월24일 보궐선거가 치러질 곳은 경기 고양·덕양 갑과 의정부. 집권 초마다 새 정권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 두 지역구가 모두 수도권 지역이란 점에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첫 번째 ‘민심 성적표’의 성격을 띨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의미있는’ 선거를 앞두고 양 당 모두 후보 공천과 관련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현재까지 후보자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선거 16일 전인 4월8일부터 9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내분을 겪는 이유는 바로 대선 당시 공조를 이뤘던 개혁정당과의 관계 때문이다. 고양·덕양 갑에 개혁정당의 유시민씨가 출마하기로 한 것을 두고 ‘자체 후보를 내느냐, 공조를 하느냐’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노무현 정부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민주당 신주류는 개혁정당과의 공조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이다. 민주당 신주류측 한 관계자는 “현재 정대철 대표나 김원기 고문 같은 친노무현 성향의 신주류 인사들은 유시민씨에 대한 공조 지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국민의 지지를 발판으로 이를 당론화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를 해봐도 민주당에서 자체 후보를 내지 않는 한 유시민씨가 야당의 어느 후보와 맞붙어도 압승하는 것으로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 고양·덕양 갑 출마 예정인 유시민씨가 지난해 12월 한 행 사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 ||
정가에서는 이번 ‘공천 논란’을 대체적으로 구주류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신주류와 당의 터줏대감으로서 제자리를 지키려는 구주류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소수세력으로 정계 개편의 풍파에 휩쓸려 날아갈 수도 있다’는 각 정파의 위기감도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의정부의 경우 최근까지 지역구 의원이었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민주당이 자체 판단하고 있는 곳.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천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워낙 치열해 후보를 못내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고양·덕양 갑에 이국헌 전 의원, 의정부에는 홍문종 전 의원을 후보자로 내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내홍’은 후보자가 정해진 이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후보 선정과 관련해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역관리를 해오고 지명도가 높은 인사들을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여론조사 결과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15대 의정부 지역구 의원을 지낸 홍 전 의원은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인 지난 98년 11월 민주당 전신인 국민회의로 당적을 옮겼다. 이후 16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패배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이런 전력을 안고 한나라당으로 돌아온 홍 전 의원이 공천을 받자 “지난 4년 4개월 동안 당적을 두 번이나 바꾼 인사”란 비판이 따라다니고 있는 것. 즉 개혁성을 무기로 내건 민주당의 대항마로 홍 전 의원은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홍 전 의원측은 지역에서의 지명도가 가장 높은 점을 들어 승리를 점치는 중이다.
고양·덕양 갑에 출마하는 이국헌 전 의원 역시 당 일각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 86년 민정당 시절부터 지구당을 관리해온 덕에 고양 지역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전 의원에겐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을 거친 ‘구정치인’이란 비판적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전 의원측은 자제 여론조사와 15년에 이르는 지역구 관리를 강점으로 꼽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공천으로는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깨트릴 수 없다”는 우려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