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최근 자신이 소유한 한국나전칠기박물관(박물관) 주변 한 카페와 갈등을 겪고 있다. 해당 카페가 루프탑(옥상 카페) 영업을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자 손 의원 측이 불법건축물이라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왼쪽이 문제가 된 카페이고 오른쪽은 손혜원 의원이 소유하고 있는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건물이다.
손 의원은 지난 5월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제가 남산(한국나전칠기박물관 주소지)을 떠나서 만만한 것인지 선거를 앞두고 좋은 게 좋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용산구청! 신경 좀 써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손 의원은 이외에도 여러 차례 해당 카페 사진을 SNS에 올리며 용산구청을 성토했다.
카페 업주는 “용산구청 직원들도 (민원인이) 손혜원 의원 측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거기서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바로 출동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 집(박물관)부터 들렀다가 우리 가게로 넘어 온다”고 주장했다.
해당 카페는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약 8차례 단속을 당했다. 최초 단속 때에는 결국 기존 구조물을 모두 철거했고, 이후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미리 구청에 인가까지 받고 새로 구조물을 올렸다.
카페 업주 측에 따르면 용산구청 공무원들은 새로 설치한 구조물이 불법이 아니라면서도 지속적으로 현장에 나와 감시를 했다. 구조물은 불법이 아니지만 루프탑 영업을 하면 불법이라는 경고도 했다.
카페 측은 구조물 설치를 끝내고도 루프탑 영업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상황이다. 카페 측은 “이미 8차례 단속을 나왔는데 루프탑 영업을 하면 바로 단속을 할 것 아니냐”면서 “금전적인 피해가 크지만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카페 업주는 루프탑 영업 여부에 따라 매출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 업주는 “저희는 영세한 업체다. 너무 답답해서 손 의원에게 직접 편지도 써서 전달했다.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박물관 직원에게 전달했는데 손 의원이 읽어봤는지는 모르겠다. 편지를 보낸 이후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서 전달이 안됐을 가능성이 있다. 손 의원은 계속 SNS에 ‘용산구청은 뭐하고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에서 직선거리로 700m가량 떨어진 유명 연예인의 루프탑 식당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정상영업 중이었다.
카페 측은 루프탑 영업이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직선거리로 불과 7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루프탑 식당이 있지만 전혀 제재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민원을 넣었기 때문에 자신들만 단속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카페 주변을 직접 둘러봤다. 주변에는 아예 지붕까지 씌운 루프탑 카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카페 측이 지목한 유명 연예인 루프탑 식당도 정상영업 중이었다.
루프탑 영업은 용산구에서는 불법이지만 전국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8차례 단속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루프탑 영업이 합법인 지자체도 적지 않고, 서울시 내에도 합법인 구가 있다. 용산구에는 이미 유명한 루프탑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상황이다.
실제로 용산구 측은 해당 카페를 제외하면 올해 루프탑 구조물에 대한 단속을 한 사례가 1건도 없다고 밝혔다.
주변에는 아예 지붕까지 씌운 루프탑 카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용산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민원을 넣었기 때문에 단속을 당했다는 주장은 오해”라며 “우리는 민원인이 누구든 상관없이 민원만 있으면 단속을 한다. 다른 가게가 단속을 안 당한 것은 민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루프탑 영업에 대해서는 식품위생과에서 단속을 한다. 우리는 불법건축물에 대해서만 단속을 했다”면서 “업주 측에 루프탑 영업을 하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안내’만 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구조물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단속을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에 단속을 했을 때 지붕을 안올리겠다고 하더니 나중에 지붕을 올리더라. 지붕을 올리면 불법이고 지붕을 안올리면 합법이다. 지붕을 올리는지 보기 위해 몇 차례 더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원 의원이 지난 5월 28일 SNS를 통해 용산구청을 성토했다. 손 의원은 이외에도 여러차례 해당 카페에 관한 글을 SNS에 올렸다.
박물관 조망권 침해 등을 우려해 손 의원이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는 최근에 박물관을 가본 적도 없다. 직원들이 불법 증축을 하고 있는 카페 건물 사진을 보내왔다. 구청에다 연락은 했냐고 물으니까 직원이 신고는 했다고 하더라. SNS에 올린 사진도 직원이 보내온 사진을 올린 것”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은 “그 카페에 대해서는 저만 민원을 넣은 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민원을 넣었다고 하더라. 자기들이 법을 위반해놓고 내 이름을 팔고 있다. 저는 용산구청장 전화번호도 모른다. 다 구청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구청 직원들이 국회의원 민원으로 알고 있었다는 카페 업주 측 주장에 대해서는 “박물관이 제 소유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구청 직원들이 그렇게 추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SNS에 해당 카페 사진을 올리며 ‘용산구청! 신경 좀 써주기 바란다’고 적은 것은 사실상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구청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가 SNS에 그 정도 글도 못 올리느냐”고 답했다.
동네 주민들도 민원을 넣었다는 손 의원의 주장에 대해 용산구청에서는 “민원인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며 “한 명인지 두 명 이상인지에 대해서도 규정상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