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딥의 우려
미국의 경우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실업률이 9.8%까지 오르는 등 실물경제 침체가 심각하다. 더구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등 제2의 금융시장 불안까지 다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의 촉발 이후 중국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출구전략을 펼 경우 더블딥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같이 더블딥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지난해 호주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49년 만에 최저치인 3%까지 내렸다.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대신 물가불안이 대두되자 기준금리를 3.25%로 올렸다. 이를 신호로 세계 각국이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구전략의 시기를 놓고 논란이 많다. 정부는 아직 경기회복이 미흡하여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부동산투기 등의 부작용이 커 마냥 늦출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 가운데 경제에는 이미 금리, 원화가치, 유가가 함께 오르는 ‘신 3고 현상’이 나타나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중금리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급격히 상승시켜 가계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도 예사롭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대폭 올라 반도체, 자동차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최근 전반적인 달러화의 약세로 인해 원화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경제의 기본 동력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오름세로 돌아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여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지출의 여력이 부족하다. 경제가 출구전략을 펴기도 전에 더블딥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긍정의 힘
경제가 더블딥에 빠진다 해도 우왕좌왕하면 안 된다. 아무리 큰 지진도 여진은 그 규모가 작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선도적으로 이겨낸 것으로 보아 우리경제가 더블딥을 이겨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저력을 다시 발휘하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단 정부는 재정정책의 기능을 극대화하여 경제가 다시 별안간 주저앉는 것은 막아야 한다. 예산운용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산업발전과 성장동력 회복에 필요한 투자는 확대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출구전략의 시기를 적절히 택하여 경제가 물가와 투기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부실을 제거하고 기업경영의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 갖가지 투자와 소비 촉진책을 마련하여 중소·벤처기업과 내수시장을 살리는 데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과 기업 모두 경제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팔을 걷어 올리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위기는 좋은 기회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