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면 미소(왼쪽)를 절친 예진이 데리고 온다.
미소는 양곤 인근 시골이 고향입니다. 엄마는 몬족, 아빠는 중국계 버마족입니다. 9살 때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몇 년 전 아빠마저 돌아가시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일터로 나왔습니다. 초등학교는 스님들이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곳을 다녔고, 중학교는 자상하신 아빠의 도움으로 다녔습니다. 그래서 아빠를 기억하면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미소는 자신이 입던 교복을 늘 품고 다녔습니다. 중단된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편 친구 예진이는 아빠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엄마의 기억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입니다.
두 소녀는 한국어센터에서 만났습니다. 미소는 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예진이는 수강생입니다. 미얀마는 6월에 초중고가 개학을 합니다. 3, 4, 5월은 뜨거운 여름이라 긴 방학입니다. 미소는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간직해온 교복을 입고. 아침 8시에 학교에 가 오후 3시에 돌아옵니다. 또래 아이들보다 나이는 들었지만 키가 작아 잘 눈에 띄진 않습니다.
미소가 매주 토요일 배우는 한국빵 기술. 선생님과 언니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미소.
아버지날은 동네 어른들을 모시고 식사를 했습니다. 저도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두 소녀가 식사를 거들다 어른이 다 돌아간 시간. 두 소녀가 결국 손을 잡고 울고 말았던 것입니다. 아버지가 그리워서, 아버지 기억이 없어서. 두 소녀를 보며 생각합니다. 잃어버린 친밀한 관계. 그러나 두 소녀는 그 관계를 서로 되찾았다고. 그래서 외롭지 않다고.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