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병기 의원 측은 “지난 6월 8일 아침에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던 중 김명기 구의원이 민주당 정당선거사무소장을 불러서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은 일이 발생했다”며 “김 의원이 김 구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구의원이 갑자기 달려들어 김 의원 얼굴에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김 구의원 측은 이에 대해 “억울하고 답답한 측면이 있지만 당에 누가 될 수 있어서 인내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당시는 6·13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김 구의원은 지난 6월 19일 김 의원을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 구의원은 김 의원뿐만 아니라 김 의원의 보좌관 등 수행원 4명도 함께 고소했다. 이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일요신문은 김 구의원이 작성한 고소장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김 구의원 측이 작성한 고소장에는 김 의원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 구의원은 사건 당일 오전에 선거운동을 하던 중 우연히 김 의원 정무특보인 김 아무개 민주당 정당선거사무소장을 만났다. 김 구의원이 인사를 했으나 무시하자 김 구의원은 김 소장을 질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소장이 반발하며 소란이 있었다.
김 소장과 원래부터 사이가 나빴느냐는 질문에 김 구의원은 “사소한 사건이 있긴 했는데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후 김 의원의 호출로 김 구의원은 민주당 동작구갑 지역사무실로 갔다. 고소장에 따르면 오전 7시 50분경 김 의원은 지역사무실 위원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구의원을 보자마자 “이 XX가 네가 뭔데 내 정무특보 멱살을 잡아, 이 XX야”라고 소리치며 김 구의원 멱살을 잡았다.
넘어지지 않으려 김 구의원도 김 의원의 옷자락을 잡자 곧바로 김 의원의 수행원들이 김 구의원을 밀쳐서 소파에 쓰러뜨린 후 제압했다. 위협을 느껴 도움을 요청하려 하자 한 수행원은 김 구의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김 구의원은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계속 목을 조르고 주먹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실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니 그때서야 사람들이 들어와 말리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김 의원 측은 폭행이 중단된 이후 2시간 30분가량 김 구의원을 위원장실에 감금했다. 김 구의원은 김 의원 수행원들이 교대로 문을 지키며 위원장실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외부와는 물론 가족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의원 수행원들은 이야기를 하자며 김 구의원을 한강변으로 데리고 갔다. 김 구의원은 수행원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도 가지 못하게 했고, 계속 따라다니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자신을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수행원들은 ‘김 의원에게 사과해라’ ‘구의회 의장도 해야 할 것 아니냐’ ‘법으로 가봐야 쌍방 폭행으로 끝날 것이고, 피해는 김 구의원이 볼 것이다’ 등등의 말을 하며 3시간에 걸쳐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한다.
김 구의원은 엄청난 위협을 느꼈고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김 의원에게 사과하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감금이라는 표현도 황당하다. 한강에 갈 때도 김 구의원이 직접 운전해서 갔다. 어찌됐든 서로 감정이 상했으니까 풀어보자고 대화를 한 거지 감금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한강에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고 했다.
김 의원 측은 “당시 지역사무실에 민주당 시의원, 구의원 후보들이 다 모여 있었다. 집단 폭행을 당했다면 김 구의원이 멀쩡히 걸어 나올 수 있었겠나. 김 구의원이 걸어 나와서 ‘나 때문에 미안하다’면서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나가는 장면이 찍힌 CCTV영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이미 김 구의원은 아침에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흥분해 있었다. 반면 김 의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려 했을 뿐 화가 날 이유가 없었다. 김 구의원을 보자마자 폭행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김 구의원은 폭행전과도 있고 구의회 내에서도 폭언 등으로 문제가 됐던 분”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은 “김 구의원이 국회의원을 폭행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으니까 거짓말을 해서라도 진실공방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며 “고소장 내용 전체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사건 이후 김 구의원을 용서해 고소하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우리도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구의원 측은 당시 현장에 있던 지역사무실 여직원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여직원은 “(김병기) 의원님이 욕을 하면서 들어가 문을 닫았고, 안에서 투다닥 했다”면서 “나중에 듣기로는 (김병기) 의원님이 먼저 주먹으로 때리려고 하니까 이OO 보좌관이 막아서 때리지는 못했고, 소파에 김 구의원이 깔리고 그 위에 이OO 보좌관이 있고, 그 위에 김 의원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당시 위원장실 안에는 김 구의원과 김 의원, 김 의원 보좌관 등 3명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적으로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증인이나 CCTV 등도 없었기 때문에 향후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