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동강지역 해상에서 촬영된 북한의 청류1호. 사진=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미 필자는 지난 5월 24일, 본지 ‘제1359호’를 통해 한동안 경색됐던 북-중 무역이 두 정상 간 만남 뒤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불과 몇 달 전, 중국은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의 해상 밀무역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바 있다. 그로 인해 북한 신의주 지역에선 과거와 달리 공식·비공식 해상무역을 꾀하던 50여 척의 배가 그대로 정박돼 있던 모습도 지난 3월 본지 현지 취재를 통해 포착된 바 있다. 그러던 것이 두 정상의 만남 뒤 상황이 바뀌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 선박들이 다시금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앞선 5월 보도의 요지였다.
그리고 필자는 최근 북-중을 오가는 한 소식통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한 장의 사진을 입수할 수 있었다. 이 소식통이 보내 온 사진은 지난 5월 16일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의 동강지역의 중국 측 해상에서 촬영된 것이다. 동강은 북한 신의주와 마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전부터 북-중 간 밀수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곳이다.
사진은 큰 선박 한 척과 작은 선박 한 척이 뭔가를 주고 받기 위해 바짝 병치된 모습이었다. 문제의 큰 선박 선체 측면에는 ‘청류1(CHENGLU1)’이라는 배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것이 바로 문제의 북한 선박이었다.
필자는 소식통의 증언과 추가적인 취재를 통해 청류1호의 세부적인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청류1호는 공식적으론 북한 내각 산하 해운총국 선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군 인민무력부 산하 ‘붉은별무역총회사’에서 운영하는 선박으로 확인됐다.
이 배는 과거부터 기름을 나르기 위해 이용돼 왔다고 한다. 선체 내에는 약 500톤 규모의 기름을 선적할 수 있는 전용 탱크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확인 결과 청류1호는 지난 5월 14일 북한 남포특별시 대안군 항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6월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함께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류1호에 병치돼 있는 작은 배는 중국 배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소 북한 선박의 밀거래 방식은 약 50~100톤 규모의 작은 중국 배들이 약 10여 차례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순차적으로 북한 선박에 기름을 급유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한다. 대형 선박 간 밀수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한 이 당시에도 중국의 작은 배들이 청류1호에 순차적으로 접근 및 병치한 후 기름을 넘겼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청류1호는 배가 완적될 경우 잠겨야 하는 ‘한계선’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었다. 즉, 배는 텅텅 빈 채로 뭔가를 실기 위해 중국 해상을 찾은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류1호는 ‘한계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만큼 기름을 완전히 선적한 다음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 밀수가 중국의 중앙정부나 랴오닝성 지방정부의 협조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 관내 특정 회사의 지원으로 이뤄진 것인지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찌됐건 이러한 대낮 밀수는 중국 측의 협조, 최소한 단속을 느슨하게 하는 등 방조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름은 그동안 대북제재의 핵심 단속 전략물자로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다. 이번에 포착된 사진은 중국의 대북제재가 서서히 풀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북한 남포에 새로운 석유 정제공장 들어섰다 필자가 북한의 중국에 대한 해상 기름 밀수와 관련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와 연결된 또 다른 정보를 포착할 수 있었다. 바로 북한의 새로운 석유 정제공장에 대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남포특별시 대안군에 이전에는 없었던 석유 정제공장이 신설됐다고 한다. 공장은 원유를 1차적으로 정제하거나, 1차 정제유를 재정제하는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이는 곧 북한이 앞서 청류1호의 경우처럼 서해상에서 원유 혹은 정제유를 들여와 곧바로 정제하여 전략물자로 확보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 측에서 들여온 원유를 평안북도 피현군에 위치한 남흥화학정제공장(백마화학공장)에서 처리를 해왔다. 피현군은 북-중 접경에 위치한 신의주 바로 아래에 있는 지역이다. 반대편 국경에 위치한 함경북도 나선의 승리화학공장은 러시아에서 들여온 원유를 정제하는 시설이 자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번에 신설된 것으로 확인된 남포 대안군의 정제공장은 앞서 기존에 국경과 밀접한 정제공장들에 비해 평양 등 북한 중심지역과 지리적으로 밀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