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부업계 시장이 일본계 자금의 ‘놀이터’가 된 지는 오래다. 한동안 러시앤캐시가 전성시대를 맞았지만 최근에는 산와머니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요즘도 케이블TV채널에서는 산와머니 광고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최근 일본계 대부·저축은행의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부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산와머니와 러시앤캐시 강남지점. 연합뉴스
산와머니는 일본계 대부업체로 일본 대부회사 SF코퍼레이션의 한국법인이다. 2002년 8월 한국에 처음 진출한 뒤 공격적으로 영업해 현재 독보적인 1위로 성장했다. 산와머니는 특히 지난해 업계 불황에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었다.
하지만 성과에 비해 보상이 적었던 탓인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와머니는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 없고, 복리후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영업력 강화를 목표로 실시한 인사발령에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산와머니는 최근 인사를 실시해 경영지원 인력 절반을 영업지원으로 발령했다. 이번 인사이동은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영업력 강화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산와머니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이동을 실시했고, 강한 실적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산와머니가 비상경영에 나설 만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느냐는 대목이다.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 수익성이 악화되며 업계 전체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산와머니는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산와머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와머니는 지난해 193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영업이익도 2220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비상경영선언과 동떨어진 수치다.
산와머니 직원들은 회사의 인식과 달리 오히려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데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영업직으로 대거 발령을 낸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장시간 근로 등 업무강도가 높아 최근 회사를 떠나는 인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와머니는 근무시간이 12시간 가까이 돼 업무강도가 매우 높고, 그에 반해 직원 교육 프로그램 등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산와머니의 경우 신입사원 교육프로그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금융권에서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이 때문에 업무규정이 매일 바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체계적이지 못한 업무방식과 강도 높은 근로 환경은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와머니에는 지난 4월 27명이 입사했지만, 한 달여 만에 24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퇴사율이 90%에 이르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구인구직사이트에는 “신입사원 열에 아홉이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며 “업무강도가 세고 신입 교육체계가 전혀 잡혀 있지 않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산와머니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른 일본계 금융사인 JT저축은행은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노사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JT저축은행은 일본 J트러스트가 2015년 옛 SC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시킨 곳이다. 제2 금융권 회사인 J트러스트그룹은 2012년 옛 미래저축은행(현 JT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하며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뒤 발을 넓혀왔다.
지난해 JT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5.7% 줄어든 51억 원을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인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JT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전년(16.07%) 대비 4.92%포인트 하락한 11.15%로 나타났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JT저축은행은 최근 직원들의 성과를 명확히 평가하겠다며 새로운 인사평가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는 성과 평가 방식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또 새 인사평가제도가 도입될 시 저평가등급(C·D) 비율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JT저축은행은 업무평가 등급을 S·A·B·C·D 5개로 분류해 일정 비율을 할당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B등급의 할당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인사평가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를 두고 영업 압박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업계는 올해도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복 언론인